스트레스 DSR 2단계 및 은행 자체 규제 강화 속 대출 증가세 급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이 어우러지면서 9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공급액은 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규제 여파로 실수요자들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지역 선호현상은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 

은행들이 이달 수도권에 내어준 주담대 공급액은 전체의 약 70%에 육박한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전달보다 약 7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규제 여파로 실수요용 '똘똘한 한채'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해진 가운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수도권지역 아파트 가격이 매수심리를 부추겨 은행 대출잔액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이 어우러지면서 9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공급액은 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규제 여파로 실수요자들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지역 선호현상은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이 이달 신규 취급한 주담대는 19일 현재 약 3조 424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달 7조 7210억원에 견주면 약 60.6% 급감한 셈이다. 가계대출 확대를 최소화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선 고무적인 성적표다.

하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한층 뚜렷해졌다. 주담대 공급액 3조 424억원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차지한 비중은 약 69.2%(신규 공급액 2조 1069억원)에 육박했다. 그동안 신규 주담대 공급액 중 수도권 비중이 점진적 하락세를 보인 것과 다소 대조적이다. 수도권 주담대 비중을 월별로 살펴보면 6월 56.5%, 7월 55.9%, 8월 54.9% 등이었다. 

그런데 스트레스DSR 2단계가 본격화된 이달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담대가 동반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비수도권의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 데 따른 것이다. 

9월 신규 주담대 중 수도권지역 공급액은 19일 현재 2조 1069억원으로 지난달 4조 2447억원 대비 약 50.4% 감소했는데, 비수도권 신규 주담대는 9355억원으로 전달 3조 4763억원 대비 약 73% 급감했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확대를 막으려는 당국에 협조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매수심리를 일차적으로 잠재웠고,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더해지면서 자기자본이 부족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까지 잠재웠다. 당국은 이달부터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1.2%포인트(p), 지방에는 0.75%p의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지역 부동산 가격이 거듭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를 잠재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대구의 경우 부동산 공급폭탄 여파로 서울과 극명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간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기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8% 떨어져 44주 연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6% 올라 26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금자산이 풍부한 지방의 '큰 손'들도 지역 부동산 대신 수도권지역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9월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된 데다, 은행들도 대출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하면서 실수요를 제외한 영끌·빚투 수요는 일시적으로 잡힌 듯 하다"면서도 "지역 부동산 경기가 좋지 못한 가운데 실수요자의 대출요건까지 까다로워지다보니 수도권과 지역간 대출격차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