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2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정책 디베이트(토론회)를 160여분동안 진행했지만, '시행'과 '유예'를 둘러싸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명확한 당론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토론회 중 돌연 '인버스 투자' 관련 실언 논란이 터지면서 민주당에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결국 토론회 이후 이재명 대표의 입장대로 '금투세 시행 유예' 당론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 아닌가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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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뉜 토론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24.9.24./사진=연합뉴스 |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눠 금투세 정책 디베이트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시행팀'과 금투세 제도 시행을 유예하자는 '유예팀'으로 나눠 당초 토론 예정 시간이었던 70분보다 2배를 훨씬 넘겨 치열한 토론을 진행했다. 시행팀에서는 김성환·이강일·김영환 의원이, 유예팀으로는 이소영·이연희·김현정 의원은 각각 토론에 참여했다.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에 도입하자는 시행팀에서는 금투세가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할 뿐더러 조세 정의를 실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시행팀장인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누더기 과세를) 단일화해 자본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세(稅) 체계"라며 "민주당 정체성에 맞게 조세 정의도 실천하는 세 체계 개편을 이루어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김성환 의원은 "전문가들은 '국내에 주식시장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금투세가 도입이 되면 오히려 한국의 대형주에만 투자하고 있는 해외 자본들이 국내에 다른 건강한 중소형주에도 투자를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금투세가 불편한 사람은 김 여사와 주가 조작 세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유예팀에서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을 위해서는 오히려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예팀장인 김현정 의원은 "2년 전 유예 당시보다 증시 상황은 더 악화되었고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는 하나도 갖추어진 것이 없다"며 "금투세마저 도입된다고 하면 비슷한 세율의 거래세도 없고 1년 이상 장기투자 투자에 대해서 세제 혜택이 있는 미국 시장으로의 이탈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소영 의원은 "조세가 도입되면 조세 회피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국내 증시 자금 유출 기류가 보이면 동반 이동 행위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저는 설명이나 논증이 필요한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영환 의원이 토론 도중 유예팀의 논리에 반박하면서 내놓은 발언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논란은 청중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유예팀에 속했지만 청중에 속해 토론을 지켜보던 김병욱 전 의원이 "금투세라는 불확실한 이러한 제도를 지금 이 시기에 투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인가"라는 질문을 시행팀에 던졌다.
이에 대해 시행팀장 김영환 의원은 "(우리 증시가) 우하향된다고 신념처럼 가지고 계시면 '인버스(Inverse) 투자'하시면 되지 않겠는가"라며 "선물 풋(옵션) 잡으면 되지 않나. 주식시장에서는 사실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인버스란,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이 나는 ETF(인덱스 펀드), 상장지수증권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영환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인버스에 투자하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토론회 시작 전에는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토론회 열린 장소에 난입해 토론 시작이 지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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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사진 오른쪽) 토론 방청을 막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4.9.24./사진=연합뉴스 |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입장처럼 금투세가 결국 유예되지 않겠는가란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토론회가 '실언 논란'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자 토론회에 부정적인 시선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당에서 섣불리 당론을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토론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상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 무한정 토론을 하기에는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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