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수 사육 농가 기준 연간 7000만원 사료비 절감
장비 손상 방지·이동 설치 쉽고 선별 정확도 95% 보여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알을 낳지 않는 닭(비산란계, 산란율 0%)과 알을 덜 낳는 닭(과산계(寡産鷄), 산란율 50% 미만)이 있는 케이지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식별할 수 있게 됐다.

   
▲ 농진청이 계란 이송 벨트 내 이동하는 계란을 추적, 케이지별 산란수를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사진=농진청


농촌진흥청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달걀 모음기(집란벨트) 위에서 이동하는 달걀을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인식하고 케이지별로 수집한 달걀 수를 분석해 비산란계와 과산계를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계군의 3% 내외는 알을 낳지 못하거나 덜 낳는 닭(이상 개체)이다. 이러한 이상 개체 때문에 전체 산란계 사육 수를 기준으로 연간 389억 원(추정치)의 사료비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가 닭 치골 부위 등을 일일이 확인해 이상 개체를 솎아내기도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로 농가에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비산란계 선별 작업 시 1수당 100원 내외로 비용이 들며, 인당 하루 12시간 정도 작업시 5000수 정도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와 공동 연구팀은 이상 개체가 있는 케이지 식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계사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달걀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켰다. 그 결과, 달걀 모음기의 색상, 재질, 구동 속도, 달걀의 색과 방향, 계사의 밝기 등에 영향을 받지 않게끔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다.

또한 이상 개체가 있는 케이지와 케이지별 평균 산란 수 등을 컴퓨터나 태블릿 등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웹 기반의 정보 수집(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 실제 농장에서 평가해 보니 케이지 선별 정확도는 95%에 달했다.

특히 농가별로 각기 다른 케이지와 달걀 모음기 구조를 고려해 카메라를 포함한 설비를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계사를 청소할 때 장비 손상을 방지하고 이동‧설치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농진청은 농가가 직접 설비를 구매, 설치할 수도 있지만 설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체를 통한 장비 임대도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이 구독 서비스 형식의 사업모델로도 적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영상 내 계란 추적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 학습 및 평가 모습./사진=농진청


현장 실증에 참여하고 있는 전북 이성 농장 문병연 대표(전북 김제시)는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문제가 되는 닭을 쉽게 선별할 수 있어 사료비 절감 등 농가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국립축산과학원 임기순 원장은 “기술 개발에 참여한 공동 연구기업을 통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기술 이용을 원하는 기업에도 인공지능 모델 및 관련 특허 등을 이전해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원장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인공지능 학습 관련 정보도 공개해 스마트 팜 기술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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