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역학조사 기간 장기화 등으로 산업재해 인정이 지체되는 등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산재 심사를 주관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사건 처리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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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별 전문(역학)조사 처리기간./사진=국회입법조사처 |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전문(역학)조사 기관의 사건 처리 기간이 증가하면서 산재 노동자가 경제적 지원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없는 등 지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업무상 원인으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재해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등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각종 산업재해 보험 급여를 신청할 수 있고, 근로복지공단 심사에 따라 급여가 지급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급여 심사 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확인하는데, 업무상 재해는 크게 사고에 의한 경우와 질병에 의한 경우로 분류된다.
업무상 사고는 공단 직원이 재해경위 조사와 근로 이력 확인 등 재해조사 실시 후 공단에서 업무상 요양 여부를 바로 결정하고, 업무상 질병은 재해조사 실시 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인정 여부를 심의·결정한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질병과 유해·위험요인 사이 인과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는 직업병 등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신종질병·희귀병 등) 또는 직업환경연구원(폐암 등 호흡기 질병 등)에 의뢰해 역학조사를 추가 실시한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처리 건수는 16만2947건으로, 2019년 12만4988건 대비 3만7959건(3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무상 사고 처리건수는 23.0%(2만4559건), 업무상 질병은 73.4%(1만3400건) 각각 늘었다.
산재보상보험 급여 접수일부터 처리일까지 걸린 기간도 2019년 40.9일에서 2023년 55.0일로 34.5% 증가했다. 처리기간 증가의 주된 원인은 업무상 질병으로, 2019년 186일에서 2023년 214.5일로 28.5일 늘었다.
이에 업무상 질병 사례의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역학조사 기관의 사건 처리기간도 증가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19년 평균 조사 소요일수는 513.3일이었으나, 지난해 952.4일로 439.1일 증가했다. 직업환경연구원 평균 조사 소요일수 또한 2019년 206.3일에서 2023년 588.1일로 381.8일 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역학 조사 처리기간이 증가하는 이유로 산재 신청 건수 급증에 비례한 역학조사 의뢰 건 증가와 작업환경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유해물질·질병의 발생 등을 꼽았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조사 의뢰 건수는 감소하는 데 반해 조사 소요일수는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된 조사 건수는 2019년 111건에서 2023년 30건으로 81건 줄었고, 직업환경연구원 조사 의뢰 건수 또한 2019년 703건에서 지난해 174건으로 529건 감소했다.
문제는 역학조사 등 장기화로 산업재해 인정이 지체될 경우, 재해 노동자는 요양급여나 휴업급여를 통한 경제적 지원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없어 산재 노동자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요양급여는 재해로 인한 진료비 등을 지급하는 급여로, 4일 이상 요양 중인 산업재해 환자에 대해 진찰·처치·수술 등 진료비를 지원한다. 요양급여에 따른 진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산재 승인 전에는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산재 승인 후 본인 일부 부담금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해 환급받아야 한다.
휴업급여는 요양으로 인하여 취업하지 못한 기간 동안 지급되는 급여로, 평균 임금의 70%를 지원한다. 업무상 질병 심사가 장기화 될 경우 치료로 인해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휴업급여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산재 급여 처리기간과 역학조사 기간을 규정화해 기한 내 완료하지 못할 경우 우선 보장하고, 추후 산재 심사 결과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질병의 업무 관련성 여부는 개별, 구체적 검토가 필요해 조사 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 어려우며, 산재급여의 선보상은 기금 재정 여력과 부당 이득 반환 문제 등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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