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우리나라 최대의 고랭지 배추 생산지 강원도 강릉의 안반데기. 지난 달 28일에 찾은 그곳에는 중순에 배추를 모두 출하한 흔적만이 남아있다. 얼핏 보면 성한 듯한 배추가 군데군데 있는 듯하지만 병해에 상품성을 잃은 버린 배추다. 

   
곳곳에 뿌리채 남은 배추를 살펴보던 중 "어디서 오셨어요?"라며 말을 건네는 농부의 말끝에는 달가움이 묻어나지 않는다. "버리는 배추에 약을 쳤는데 그거 가져가 먹으면 탈이 나기에 염려가 되어서 올라왔다"고 걱정을 보탠다.

   

"배추 농사는 어떠셨어요"라는 물음에 일흔의 농부 이모 씨는 "올해는 이상 기온과 유난히 긴 가뭄에 배추 농사가 안 좋았다. 작년 대비 약 50%만 수확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이 넘는다는 '금배추' 얘기에 "여기선 실감이 안난다"고 한다. 

   
일흔의 농부는 "배추 농사는 차수(트럭 한 대)가 10개가 나올지 5개가 나올지 모른다, 많이 나와도 별 볼일 없다"며 "올해는 날씨 탓에 망가진 배추가 많고, 내 버리는 것이 많아 손해가 많다"고 한다.

"전에는 트럭 한 대에 천망(배추 3개를 하나로 묵은 망)을 실었는데 올해는 오백망을 실을 정도로 배추 작황이 안 좋았다"며 "강릉에 절임배추 공장에도 다 공급을 못했다"고 토로한다. 

   
"배추 농사는 한 번에 많이 해야 값이 맞고 시세도 맞는다"며 "하루 일당이 15만~18만 원인데 인건비와 생산비가 안 맞아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생산비 관련 정부 시책 중 하나인 농기계의 공동 운영에 대해서는 "평창에서는 군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그런 대책이 없다"며 "밭이 험하고 지대가 높아 농기계의 고장이 많아 서로 안 빌려 쓴다"고 한다.

   

이 씨는 애지중지 키운 배추를 보면 속이 쓰리지만 가만히 두는 것이 이익이란다. 가끔 친인척이나 관광객이 와서 배추를 솎아 갈 수 없냐고 하지만 선 듯 내주기에 민망하다고 한다.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시장에 풀면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까요"라는 물음에는 "대부분 공장으로 가고 일반인들에게까지 갈지 의문이다"라고 말한다. 이어 중국산에 대해서는 '알몸 배추 절임' 사건 등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가 불안감 해소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배추 파동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인데 꼭 일이 터져야만 늦장 대처하고, 높으신 분들이 왔다가도 그 효과는 미미할 뿐..."이라며 "정작 농민들이 필요한 현실적인 정책은 없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이 씨는 "정부(농협 포함)에서 수급을 조절하여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농가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대형마트의 경우 어느 정도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라며 유통과정의 문제점을 들었다.

일흔의 농부는 대화 말미에 '금배추'는 농민을 울리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유통구조가 문제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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