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주요 기업인들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줄줄이 소환될 예정이다. 국회의원들은 현안을 중심으로 증인이나 참고인을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재계 내에서는 매번 국감 때마다 불려 나가는 게 부담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재계 총수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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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7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감은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국감 대상 기관은 올해 802곳으로 지난해 793곳에서 9곳이 증가했다.
또 올해 국감 역시 주요 기업들이 대거 소환됐다. 먼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참고인으로 불렀다. 현대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로 변경되는 심사 과정을 재검증하기 위한 것인데 김흥수 현대차그룹 부사장과 김영섭 KT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경영 승계 과정 중 한화그룹 계열사간 편법·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다만 정 회장이나 김 부회장 모두 실제 참석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 역시 증인으로 채택됐다. 고려아연에서는 최윤범 회장을, 영풍에서는 장형진 고문, MKB파트너스에서는 김병주 회장을 불렀다. 이들은 7일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출석해야 했지만 모두 불참한다고 밝혔다.
오너일가 외에도 주요 경영진 역시 국감장에 불렸다.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과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국내 중저가 단말기 유통 확대와 관련해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산업기술 유출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해서도 국감장 소환이 이뤄진다.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은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관련해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는지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재계 내에서는 올해 국감 역시 기업인들이 대규모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상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호통을 치면서 망신을 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올해 역시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매번 기업인들은 국감장에 나가 특별히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도 야단을 맞기도 했다”며 “단순히 기업인들이 국회의원들의 이름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국감장에 나서면서 기업 활동에도 영향을 받으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데 국감으로 인해 계획에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인해 빠르게 내년 사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지만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영진이 아닌 실무자 중심의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재계 총수들을 특별한 사유 없이 부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재계 총수들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주요 경영진이라도 증인으로 나온다는 의식이 팽배해져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재계 총수들을 불러놓고 현안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실제로 올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건설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최종 명단에서는 빠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은 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일정과 계획이 빼곡하게 잡혀있는 상황인데 국감장에 나가 무한 대기하는 상황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며 “무조건 부르자는 식의 증인 채택은 앞으로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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