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난 7월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황희찬(울버햄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이탈리아 선수에게 FIFA(국제축구연맹)가 징계를 내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8일(이하 한국시간) 지난 7월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열린 울버햄튼(잉글랜드)-코모 1907(이탈리아)의 친선경기 도중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마르코 쿠르토에게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와 사회봉사활동, 교육 이수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10경기 출전 정지 중 5경기에 대해서는 2년간 집행이 유예된다.

   
▲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당했을 당시 울버햄튼-코모 선수들의 충돌 장면. /사진=울버햄튼 SNS


지난 프리시즌 때 스페인 전지훈련을 실시했던 울버햄튼은 7월 15일 코모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황희찬은 이 경기에 후반 교체출전했는데, 상대 수비수였던 쿠르토가 황희에게 '재키 찬(성룡)'에 빗댄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아시아인을 재키 찬으로 비유하는 것은 대표적인 인종차별에 해당한다. 옆에서 이를 들은 울버햄튼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쿠르토에게 주먹을 날려 응징했고, 이로 인해 두 팀 선수들 사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울버햄튼 구단은 강력하게 성토를 하며 해당 선수의 처벌을 요구했으나 코모 구단은 '뭐 그런 일로' 정도의 황당하고 성의없는 대응을 했다. 코모 구단은 "우리 선수는 '그(황희찬)를 무시해. 그는 자신이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더라"라며 울버햄튼 선수들이 황희찬을 '차니'라는 애칭으로 부르기 때문에 세계적 액션 스타 '재키 찬'에 빗대 애기했을 뿐이라며 자기 선수를 감싸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울버햄튼 구단은 UEFA(유럽축구연맹)에 이 사건을 신고했지만 UEFA 측은 자신들의 주관 경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한축구협회(KFA)가 나서 FIFA에 제소를 했고, FIFA가 조사를 거쳐 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 주먹으로 응징해준 포덴세에게 SNS를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사진=황희찬 SNS


FIF 측은 "쿠르토가 인종차별적 행동을 한 것으로 판단돼 1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중 절반인 5경기는 2년간 집행유예된다. 커뮤니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FIFA가 승인한 단체에서 교육 및 훈련을 받도록 명령도 내렸다"고 징계 내용을 설명했다.

맷 와일드 울버햄튼 축구 운영·행정 담당 이사는 "쿠르토에게 부과된 징계는 축구와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차별적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FIFA의 징계 결정을 환영했다.

한편 쿠르토는 황희찬 인종차별 발언이 있은 1주일 후 세리에B 체세나로 임대 이적했다. 올 시즌 세리에A 승격팀 코모는 현재 리그 14위(2승2무3패, 승점 8)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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