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9일 남북 간 연결된 도로와 철도를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7~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이날 처음 보도했으나 예상과 달리 영토조항 신설 및 통일 용어 삭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김정은종합국방대학’을 방문해 핵강국 완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총참모부가 “남북 간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조치를 공포한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9일 “총참모부는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면서 “10월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 봉쇄하는 것은 전쟁억제와 공화국의 안전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면서 “요새화공사와 관련해 우리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9일 9시45분 미군측에 전하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대내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 보충했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면적인 헌법 개정은 내년으로 연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런 한편, 영토 조항 신설이 있었으나 공개하지 않고 총참모부의 첫 조치가 공표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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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9일 노동신문이 첫 보도했다. 2024.10.9./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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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기 대의원 임기가 상당히 초과된 상황에서 중폭 이상의 헌법 개정을 하기보다 2025년 15기 대의원 선거, 국무위원장 선거, 국가지도기관 선거, 사회주의 헌법 개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족 관계 및 통일 조항 삭제 등이 가져올 대내외 파급 영향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며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윤곽을 보면서 타이밍을 조절하는 측면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아울러 총참모부의 도로·철도 단절과 관련해선 “먼저 남북한 단절·차단을 현실화하고 이후 헌법 개정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주민에 대한 설득력을 확보하고 대내외 여파를 줄여가며 최종적으로 헌법 개정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총참모부의 발표는 기존에 북한이 특별한 발표없이 취했던 휴전선 일대 장벽화 작업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진전을 보인 것이다. 특히 미군에 통보하는 행정적 조치도 공식화해 밝힌 점에서 장벽 설치를 동서해 육로, 철로에서 휴전선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총참모부 공표에서 10월 9일이란 구체적 날짜가 언급된 점에서 최고인민회의 헌법 영토 조항 개정과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보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 조항 개정이 있었으나 공개되지 않았고, 총참모부가 첫 조치로서 국경 차단에 나선 것이 아닌가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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