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재차 인상했다.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영풍·MBK 측은 더 이상 공개매수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고려아연은 이번 결정을 통해 지분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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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준모 기자 |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6만 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 취득 물량도 늘리기로 했다. 기존에는 320만9009주(전체 주식수의 약 15.5%)를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362만3075주(약 17.5%)로 확대한다.
자사주 매수를 위해 투입하는 자금 규모 역시 기존 2조6635억 원에서 3조2245억 원으로 21.1% 늘어난다.
여기에 공동매수자로 참여하는 베인캐피탈 물량까지 더해지면 고려아연 측이 확보하는 자사주 규모는 약 20%에 달한다. 베인캐피탈은 4606억 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 주식수의 2.5%인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다만 순수 재무적 투자로 고려아연 경영이나 이사회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또 고려아연 측은 영풍정밀의 대항 공개매수가격 역시 인상하기로 했다. 영풍·MBK 측은 주당 3만 원에 영풍정밀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는데 고려아연 측은 이보다 높은 3만5000원을 제시했다.
이번 대항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측 우호지분이 최대 25%(393만7500주) 가량 늘어날 수 있으며, 지분율도 기존 35.31%에서 최대 60.3%로 높아진다. 특히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의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대해 “사실상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확대함으로써 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고려아연의 고심이 담겼다”며 “이번 결정으로 시장의 혼란과 언론 및 국민여러분의 우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최 회장의 이번 공개매수가격 인상 결정으로 고려아연이 영풍·MBK 측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은 “현재 공개매수가격은 각 회사의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며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가격 인상과는 상관없이 더 이상 공개매수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이 영풍·MBK 측보다 높아 주주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또 고려아연의 기술이 해외에 유출될 것으로 우려해 적대적 M&A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된 만큼 고려아연의 계획대로 자사주 취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 취득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최 회장의 신사업을 위한 행보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신재생에너지·리싸이클링(자원순환)을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명명하고,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33년에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로만 12조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에서도 이번 공개매수가격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초강수를 던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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