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우리나라 출생률이 하락하고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내년부터 본격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으로 '신탁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울러 금융권은 기존 부동산 담보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논단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금융정책 과제'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로 촉발된 인구구조적 변화는 거시경제, 금융시장, 금융산업 등에 고루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
|
▲ 우리나라 출생률이 하락하고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내년부터 본격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으로 '신탁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울러 금융권은 기존 부동산 담보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노동공급의 축소 △경제성장률 하락 △정부의 복지지출 증대 △투자자의 위험회피성향 증대 △주택수요의 변화 등이, 금융산업 측면에서는 △금융회사의 수익성 저하 △자금조달의 변동성 증대 △대출수요 축소 등의 부정적 상황이 각각 예상된다.
이에 금융연구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빚어질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정책 제언은 '신탁'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는 지난 2013년 '교육자금증여신탁(教育資金贈与信託)'을 도입했는데, 지난해 누적 수탁고 1조엔을 돌파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큰 폭의 증여세 면제 혜택을 제공해줘 부의 세대 간 이전 및 소비촉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교육자금증여신탁은 손자(수익자)의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 조부모(위탁자)가 재산을 금융회사(수탁자)에 맡기고, 수탁자는 위탁자의 의사에 준해 교육비를 집행하는 서비스다.
논단을 집필한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뢰할 만한 제3자(수탁자)가 존재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재무적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은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나라도) 신탁업법 제정 등 적절한 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세제지원을 통해 신탁시장을 조속히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고령자나 은퇴자에게 친화적인 금융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국내 금융사들은 통상 금융자산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PB서비스 등의 재무상담 체계를 잘 갖추고 있지만, 일반 대중고객을 대상으로 한 재무상담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 재정을 활용해 금융사들이 일반 대중고객에게도 △생애재무설계 △은퇴 후 재산관리 △연금상품에 대한 교육 등 PB서비스에 상응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무료건강검진처럼 국민들이 희망하는 금융사를 방문해 은퇴·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재무상담 바우처'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서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권의 부동산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부동산 관련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는데, 향후 인구변화가 부동산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경우 가계부채 리스크 등이 현실화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금융권이 부동산 담보 위주의 영업 등에서 탈피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외에도 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결혼과 출산, 은퇴 후 삶에 대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도록 재산형성 및 부(富)의 세대 간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평했다. 국민들이 '교육-결혼-출산-양육-노후대비' 등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금융니즈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미래재산 형성체계를 정비하고, 필요 시 세제혜택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보유 부동산의 소득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도록 유동화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