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21% 불과, 대부분 '주의' 그쳐…"금감원 시행세칙 개정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권의 연이은 횡령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강화'를 거듭 주문하는 가운데, 금융권의 제재 수위가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범죄 연루 관련자에 대한 자체 징계는 대부분 최하위 수준인 '주의'에 불과했는데, 중징계 처분은 21%에 불과했다. 금감원이 징계수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평가다.

   
▲ 금융권의 연이은 횡령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강화'를 거듭 주문하는 가운데, 금융권의 제재 수위가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범죄 연루 관련자에 대한 자체 징계는 대부분 최하위 수준인 '주의'에 불과했는데, 중징계 처분은 21%에 불과했다. 금감원이 징계수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금감원으로부터 확보한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7년여 기간 도안 발생한 횡령규모는 약 1932억원(192명)에 달한다. 

업권별로 은행이 1661억원(127명)으로 전체의 86.0%를 점유해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이 165억원(12명)으로 8.5%, 증권이 61억원(12명)으로 3.1%, 보험이 43억원(39명)으로 2.2%, 카드가 3억원(2명)으로 0.1% 순이었다.

횡령규모는 매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연평균 100억원 이상의 사고가 거듭 발생하고 있다. 2021년 57억원(21명), 2022년 828억원(30명), 지난해 645억원(25명)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는 8월 현재 이보다 규모가 크게 줄어든 141억원(22명)에 그쳤지만, 지난 8월에만 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횡령사고 점유율이 높은 은행권을 놓고 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횡령사고 규모는 해당 기간 971억원(84명)에 달했다. 

우리은행이 압도적으로 컸는데 총 735억원(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4월 이 은행 차장급 직원의 707억원 대규모 횡령사고가 반영된 까닭이다. 

해당 직원은 2012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면서 회삿돈을 빼돌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유용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인출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고, 동생과 공모해 횡령금 일부를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에 해당 직원은 지난 4월 열린 대법원 재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고와 별개로 우리은행에서는 올해 6월에도 경남 김해지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고객 대출금 100억원을 횡령해 논란된 바 있다. 기업대출을 담당했던 해당 직원은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빼돌렸는데, 빼돌린 돈을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6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기업대출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서류를 위조해 회삿돈을 부정하게 유용했다는 점에서 2년 전 사고와 오마주된다. 

농협은행도 사고규모가 컸다. 농협은행은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153억원(22명)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까지 약 6년간 사고규모가 33억원에 그쳤는데, 올들어 8개월간 120억원에 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명동지점에서 근무했던 과장급 직원의 횡령사고가 대표적인데, 해당 직원은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7억원의 자금을 부당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전 근무지인 회현역지점에서도 서류 위조로 허위 대출을 받고 지인 명의 계좌로 이체해 약 16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이를 포함하면 농협은행에서 올해 발생한 금융사고만 11건에 달한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에서 올해 8월까지 65억원(24명)의 횡령사고가 발생했고, 신한은행 13억원(15명), 국민은행 5억원(11명)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횡령 등의 금융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각 업권별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금융권도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금융사고는 최근들어 더욱 빈번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금융·우리은행은 700억대 대규모 횡령사고를 계기로 내부통제 강화 및 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바 있는데, 올해 같은 유형의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또 발생했다. 여기에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진 고객 여러분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말 뿐인 사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민국 의원은 이 같은 금융사고가 빈번한 이유로 관련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처벌수위가 약하다보니 내부통제의 맹점을 파고들어 대규모 횡령을 서스럼없이 저지르게 된다는 판단이다.

강 의원실이 금융사 자체징계와 금감원의 제재 조치사항을 분석한 결과, 횡령사고 행위자인 '사고자'는 137명, 관련자는 586명 등 총 723명으로 추산된다. 

사고자는 대부분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면직이 130명(94.9%)으로 나타났고, △정직 5명(3.7%) △감봉·기타 각 1명(0.7%)이었다. 

반면 관련자의 제재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관련자 중 121명(20.7%, △면직 6명 △정직 16명 △감봉 99명)만 중징계를 받았고, 나머지 465명은 경징계(△견책 159명 △주의 304명 △기타 2명)에 그쳤다. 특히 '주의'는 최하위 제재조치로 분류되는데 전체의 51.9%에 육박했다.

강 의원은 "당연히 면직 처리돼야 할 횡령사고자 중 6명이 면직되지 않았으며, 횡령 사고자를 방관한 관련자의 20%만이 중징계를 받는 현실"이라며 "금융감독원의 천편일률적인 내부통제방안으로는 매월 화수분처럼 발생하고 있는 횡령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은 횡령사고를 일으킨 사고자뿐만 아니라 관련자에 대한 징계 수위 역시 강화하도록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7일 예정된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을 타깃하는 여야 의원들의 십자포화가 예상된다. 지난 10일 열린 금융위원회의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자리에도 없던 이 원장을 거듭 거론하며 작심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여야는 △금융위와의 가계대출 정책 혼선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티몬·위메프 사태 △금융권 내부통제 문제 등을 중심으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