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명태균 게이트’를 폭로한 강혜경씨 측으로부터 명씨와 관련된 정치인들의 명단이 폭로되면서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인 반면, 야당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기 부담스럽다는 입장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 자정 강씨 측은 명씨와 관련된 정치인 2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윤석열 대통령부터 나경원, 윤한홍, 조명희 등 여당 소속 전현직 의원은 물론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등 광역단체장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명단에는 여권뿐만 아니라 야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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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왼쪽 첫 번째)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21/사진=연합뉴스 |
여당에서는 야권 정치인들들까지 명단에 포함됨에 따라 ‘안도’하는 분위기다. 명태균 게이트가 일방적으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공세를 당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명씨와 관련해 설전을 펼쳤던 인물들은 모두 여당 소속 정치인들이었다. 이에 명태균 게이트는 국민의힘에게 ‘대형 악재’로 평가됐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이름이 함께 등장하면서 ‘독박’을 쓸 일은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강씨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할 명분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명단에 등장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이 이를 부정하면서 ‘명태균 게이트’의 신빙성을 지적할 수 있게 된 영향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나는 명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 강혜경이 명태균 거래 리스트라고 공개한 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석열 대선 여론조사 의혹, 김건희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이다. 관계없는 정치인을 리스트에 올려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기 바란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야당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가 명태균 게이트 명단에 등장함으로써 부정적 시선이 제기될 수 있는 탓이다. 또 강씨 측이 추가로 명단을 공개할 여지를 남기고 있어, 공세의 수위를 올렸다가 자칫 ‘팀 킬’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다.
그간 야권에게 명태균 게이트는 정부여당을 공격할 유효한 ‘공세 포인트’였다. 하지만 추가 폭로에 따라 악재로 변할 가능성도 잔존하고 있어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강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 정치인들이 명단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 “명단에 있다고 들었으나, 그 부분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다”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야권 정치인 다수가 명태균 게이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사건의 ‘본질’이 변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민심이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아 ‘물타기’에도 한계가 존재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사건의 본질은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이 이루어졌느냐, 또 총선 개입이 있었느냐이다. 문제의 핵심은 명씨와 정치인들이 커넥션이 있었느냐가 아니다”라면서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과 얽혔다는 점이 좋은 것이 아니므로 물타기가 어느 정도 될 수는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이것이 먹힐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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