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상한가 직행하며 순식간에 '황제주' 등극…금감원 "소비자 경보 발령"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시가총액 23조원을 돌파한 '황제주' 고려아연에 뜻밖의 단타 수급이 몰리면서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계산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기관, 기타법인, 외국인 등이 대부분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매매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기현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 시가총액 23조원을 돌파한 '황제주' 고려아연에 뜻밖의 단타 수급이 몰리면서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가 이례적인 급등세를 나타내며 시장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끝을 알 수 없는 하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일 수천억원 대의 거래대금을 터뜨리며 화려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움직임이 무거운 종목으로 꽤 많이 알려진 종목이다. 이른바 '조용한 우량주'로 주가 역시 등락을 거듭할 뿐 뚜렷한 방향성을 갖지 않는 채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2015년 약 40만원대로 올라선 주가는 지난 7-8년간 50만원선 안팎에서 움직일뿐 뚜렷한 방향성을 갖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분쟁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양측에서 치열한 공개매수 경쟁이 일기 시작했고, 급기야 앞으로도 양측간 지분확보 움직임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 흐름을 보인 것이다.

지난 24일 고려아연은 결국 시가 85만7000원에서 거래를 시작해 상한가인 113만8000원으로 직행했다. 올해 가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당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의 복귀를 알린 이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고려아연이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높은 주당 가격을 신고하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더욱이 20조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이 순식간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현상은 국내 증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은 23조5603억원까지 늘어났다.

25일인 이날까지도 급등세는 이어졌다. 다만 장중 한때 전일 대비 29.17%까지 급등하며 상한가에 근접했던 주가는 장중 계속 하락해 오후 1시 현재 7% 안팎의 상승률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오전에 상한가를 예상하고 뛰어들었다가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이라면 불과 몇 시간 만에 20%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 법적 다툼 등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이른바 개인투자자들의 '단타대회' 현장이 될 가능성이다. 최근 공개매수가 이어지면서 유통주식 수가 줄어든 상황이라 주가 변동 폭은 전에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려아연 같은 대형주에 때 아닌 단타 수급이 몰리는 것은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제(24일) 수급을 보면 개인만 샀지 기관과 외국인 모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면서 "자칫 개미들끼리 치고받는 테마주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도 '공개매수 직후 주가의 변동성 확대 우려가 존재한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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