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에서 나온 오류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2심에서 나온 오류를 단순히 경정(수정)하고 넘어갔는데 이를 심리하겠다는 것이다.
재계 내에서도 그동안 판결문에 오류가 있었다면 이를 바로잡고 재산분할 규모도 줄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대법원에서 경정 사건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이를 파기한다면 이혼소송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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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대법원, 2심 오류에 대해 구체적 심리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가 심리 중인 2심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난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사건 접수 이후 4개월 이내 추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법원에서 2심 경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심리불속행 기각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후에도 기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정 관련해 구체적으로 심리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이혼소송 2심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 위자료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1심에서는 재산분할 665억 원, 위자료 1억 원에서 대폭 늘어난 규모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SK 주식을 공동재산으로 보고, 이를 재산분할에 포함하면서 재산분할 규모에서 큰 차이가 발생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할 때 오류를 범하면서 재산분할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 2심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 2009년 SK C&C 상장까지 나눠 가치 증가분을 판단했다. 선대회장은 기여 부분이 12.5배로 계산된 반면, 최 회장은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선대회장이 별세한 무렵 100원으로 본 주당 가치가 실제로는 1000원으로 10배 차이가 발생했다. 결국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은 125배로 늘어나고,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은 35.5배로 줄어야 된다.
2심 재판부도 이런 오류를 인정했지만 재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단순히 수치만을 바꾸는 경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워낙 재산분할 규모도 크고, 1심과 2심에서의 판단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단순 수치 경정은 부당…재산분할도 달라져야”
재계 내에서는 2심 판결과 관련해 재산분할 규모 역시 축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계산 오류로 인해 10배 높게 최 회장의 기여도가 산정됐고, 노 관장도 잘못된 기여도를 바탕으로 1조 원이 넘는 재산분할을 받게 됐는데 재판부는 오류를 확인하고도 단순히 수치만 수정한 점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분할대상 재산을 3조9800억 원으로 봤고, 35%를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인정해 최종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을 명령했다. 하지만 재산 중 대부분이 SK 주식이기 때문에 오류가 인정된다면 재산분할 규모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태원 회장 측은 이혼 소송이 시작된 이후, SK지분에 대해 변함없이 특유재산을 주장하고 있다. 해당 지분이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현금으로 취득한 SK 계열사 지분이 기원이기 때문에 상속재산의 일종인 특유재산으로 보아야한다는 논리다. 반면 노 관장 쪽은 일반적으로 결혼 기간이 오래된 부부의 경우 결혼 전 상속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재계 내 한 관계자는 “설사 공동재산으로 보더라도 최 회장의 기여도가 오류로 10배 높게 책정됐다면 단순히 보더라도 재산분할 규모 역시 같은 규모로 줄어야 하는 것이 맞다”라며 “재산분할 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잡힌 것은 차지하더라도 이를 단순 오기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이 경정 사건을 심리하기로 한 만큼 상고심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최 회장이 SK 주식에 대해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취득한 특유재산인 만큼 재산분할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점을 상고이유서에 다시 한 번 명시하면서 이 부분 역시 최종 판결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은 SK주식이 특유재산으로 인정되면 맨몸으로 쫓겨나는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사실 1심에서 나온 665억 원의 재산분할도 일반인들에겐 평생 못 쓸 큰 돈”이라며 “평범한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노 관장의 서민 코스프레를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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