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엔씨소프트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 스튜디오를 분사해 본사를 경량화하고, 수익성이 낮은 게임 정리를 통해 효율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박병무 대표가 선임된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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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본사 전경./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29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재무 전문가 박병무 대표를 필두로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선다. 우선 수익성이 낮은 게임 정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난투형 액션게임 '배틀크러쉬'는 흥행에 실패했다. 이 달 동시접속자 수는 50명 아래까지 떨어졌다. 엔씨는 배틀크러쉬를 살리기 보다는 다음 달 29일 서비스 종료를 예고하며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인기 게임은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노린다. 연내 블레이드&소울2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며, 최근 리니지2M도 외자 판호를 발급 받으며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앞서 TL(쓰론 앤 리버티)는 글로벌 출시 후 최대 동시 접속자 수 3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반응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신작 출시도 발 빠르게 나선다. 4분기 리니지 IP(지식재산권) 기반의 '저니 오브 모나크'를 출시할 예정이며, 내년 대작 아이온2를 포함 2026년까지 10종의 신작을 선보일 계획이다.
IP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각지 기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해 IP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퍼블리싱 사업도 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업계는 엔씨의 주력 사업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줄어드는 만큼 다양한 시도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MMORPG 시장의 인기가 시들고 있는 만큼 엔씨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철수하는 것이 불가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병무 대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나서고 있다. 지난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연내 본사 인력을 4000명 대 중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그 일환으로 조직 분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QA서비스 사업,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했다. 또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TL, LLL, 택탄과 AI 연구개발 조직인 엔씨 리서치도 추가적으로 분할할 계획이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엔씨의 분사가 예견됐던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엔씨가 다른 게임사들과 달리 스튜디오 분리가 잘 안됐던 만큼 조직을 경량화 시켜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중국 게임사들이 속도감 있는 개발을 통해 국내 게임 시장에 침투하는 만큼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승훈 교수는 "이전과 다르게 프로젝트 초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조직을 개편하는 성향이 강해졌다"라며 "사업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과감한 정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엔씨의 조직 개편 물결이 게임 업계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임 업계는 코로나 이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숏폼의 성장으로 인해 게임 산업이 지속 침체됐다고 평가 받는다. 침체가 지속돼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면 인건비가 높은 게임사의 특성상 인력개편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 산업이 전체적으로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게임이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에서 멀어지고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돼 업황의 부진이 지속되면 인력 개편의 물결이 게임 산업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산재해있다"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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