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생물다양성 보전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복원을 목표로 추진됐던 반달가슴곰 증식·복원 사업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됐던 반달가슴곰은 복원 사업을 통해 현재 지리산 권역에서 약 80마리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향후 반달가슴곰이 자연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관리 방식을 전환하고, 공존 인식 확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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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가슴곰 새끼가 먹이를 먹고 있다./사진=환경부 |
단군신화 등에서 등장하는 반달가슴곰은 몸 길이 약 1.9m, 꼬리 길이 약 8cm로, 불곰에 비해 작은 몸집을 가졌다.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며 앞가슴에 반달 모양의 하얀 V자형 무늬가 있어 '반달가슴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나라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반달가슴곰은 그릇된 보신 문화와 무분별한 밀렵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1983년 설악산에서 밀렵에 의해 폐사한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환경부는 1996년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최소 5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고,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했다.
이후 반달가슴곰 개체군 유지를 위한 외부 도입 필요성이 지속 제기됨에 따라 지리산에 사육곰 4마리를 시험 방사 후 회수했다. 2004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반달가슴곰 6마리를 들여와 자연적응훈련 후 지리산에 방사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이 같은 복원 사업의 결과로 2009년 야생에서 반달가슴곰 2마리가 처음 태어났다. 이후 매년 3~4마리의 새끼를 출산했고, 최근에는 첫 방사 개체의 증손자 격인 4세대까지 태어났다. 또 세계 최초 반달가슴곰 인공수정으로 새끼를 출산하는 성과를 거뒀고,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가계도를 구축했다. 관련 분야의 여러 지식재산권 또한 확보하고 있다.
50개체 이상이면 장기적 생존이 가능한 최소 존속 개체군 규모를 확보했다고 보는데, 현재 자연에서 약 80여 개체가 활동함에 따라 안정적 개체군을 형성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개체만 출산에 참여하고 있는 점과 근친교배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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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구례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생태학습장에서 지내는 3마리의 반달가슴곰 형제들이 실컷 놀고 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유태경 기자 |
전라남도 구례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생태학습장에는 자연에 방사돼 야생 생활을 하다 올무에 걸렸거나 민가에 지속적인 피해를 끼치는 등 자연에 적응하지 못한 반달가슴곰 17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이 중 사람을 익숙해하는 4살 가량의 반달가슴곰 삼형제만 홍보용으로 공개돼 있다.
생태학습장은 일반 동물원과는 달리 자연과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돼 흙을 밟으며 생활할 수 있고, 연못이나 동굴 등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동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노즈워크 놀이와 같이 먹이도 찾아 먹을 수 있도록 여러 곳에 두는 등 좁은 공간이지만 반달가슴곰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생태학습장 내에서는 7차례에 걸쳐 반달가슴곰 새끼 11마리가 태어났는데, 이 중 10마리는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과의 공존을 위해 현행 개체수 확대 방안에서 개체군 관리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최소 존속 개체군이 확보된 만큼 인위적 도입·증식은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개체수 추정도 실체 확인을 통한 추정 방법에서 단위 면적당 밀도 산정 방식을 적용해 개체군의 크기 추정으로 전환을 검토한다.
아울러 무인 카메라나 흔적조사, 유전자 분석 등 간접 모니터링을 확대해 개체군 크기와 분포를 추정하고 향후 관리 방향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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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공단 관계자가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개체 위치 추적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사진=환경부 |
사람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저지대 활동 개체를 중심으로 발신기 부착 및 모니터링은 지속하고 반복적인 피해 발생 개체는 회수할 예정이다. 국내에 도입되지 못한 곰 퇴치 분사기(Bear spray)를 들이기 위한 중장기적 검토도 진행한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반달가슴곰 위치 데이터 3만 건을 분석한 결과, 탐방로에서 마주칠 확률은 0.04%밖에 되지 않는다"며 "새끼가 있거나 임산물 채취 등을 위해 곰이 활동하는 지구로 들어갈수록 마주칠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현수막과 주민 간담회 등으로 홍보하고, 곰 생활지구 123곳에 동작 감지 장치를 설치해 탐방객 등이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있었던 반달가슴곰이 오롯이 자연의 야생동물로 지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에 갈 때 호루라기 등 곰 퇴치 물품을 소지하고, 정규 탐방로를 이용하는 등 공존규칙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 복원 20주년 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서울 용산구 소재 HDC아이파크몰에서 이달 말까지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대표 멸종위기 야생생물 복원종인 산양, 여우 캐릭터 조형물과 기념품 가게를 운영한다. 광주광역시 남구청사 전광판에는 반달가슴곰 보호를 주제로 하는 홍보 영상이 이달 초부터 한 달간 송출되고, 지리산국립공원 인근 산청과 함양 지역축제와 연계해 반달가슴곰 그리기 대회 및 불법 엽구 수거 행사 등도 9월부터 두 달간 진행한다.
계룡산 국립공원박물관에서는 내달 5일부터 연말까지 우리나라 역사와 민속에 반영된 반달가슴곰을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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