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장조사 돌입…투자자 관심·비판 '폭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비판론이 폭발하고 있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실이 다시 한 번 반복되면서 국내증시 '탈출' 사인이 재차 나온 것 뿐이라는 자조가 나오지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감독원이 유증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조사에까지 나선 상황에서, 궁극적으론 이번 사태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상법 개정의 모멘텀을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비판론이 폭발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 사태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국내 증시 전반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고려아연과 영풍 측의 경영권 분쟁의 양상으로 전개되던 이번 사태는 10월 30일 고려아연 측에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달하는 신주 373만2000여주를 주당 67만원에 발행한다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내면서부터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

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장내 지분 매수 경쟁을 예상하고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투자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변동성 앞에 직면하게 됐다. 고려아연 주가 추이를 보면 이 양상이 잘 드러나는데, 지난달 30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113만8000원을 기록한 주가는 유증 직전 154만3000원까지 치솟았다가 발표 당일 하한가로 108만1000원, 다음날인 31일에는 99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유증가격이 67만원임에도 반등이 빠르게 나온 이유는 이번 사태가 한층 더 복잡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상황과 관계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번 유상증자 과정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와 함께 유상증자를 계획한 것이라면 공개매수 당시 신고서에 중요사항을 누락한 '부정거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금감원은 고려아연 유상증자와 자사주 매입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조사에도 돌입했다.

결국 고려아연 주가 반등은 이번 유증이 고려아연 측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나오고 있는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오전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99만원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양한 개인투자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네이버 종목토론방 고려아연 게시판에는 최근 1주일 새 약 1만2000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 사태는 한국 증시의 병폐를 그대로 요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함께 국내 증시 최고의 화두 중 하나인 '상법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상법개정안 논란의 핵심은 기업 이사회가 '주주 이익' 보장을 우선하는 결정을 해야한다는 항목을 상법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재계와 일부 학계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아 추진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던 회사가 보란 듯이 주가 고점에서 대규모 유증을 결행하는 모습은 국내 상장기업들이 일반 주주 이익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증 이전까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지만, 유증 이후엔 확실히 고려아연에 비판적인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여파가 꽤 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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