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당국 방침따른 결과물, 예대금리 공시 등 할만큼 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본원 임원회의에서 '은행 예대금리차 확대'를 또다시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은행들이 대출금리와 예적금(수신)금리를 별개 적용하면서 '이자장사'를 부추긴 까닭이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가계부채 확대 방지'를 기치로 대출 총량규제를 펼친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대출총량을 줄이면서 예대금리차도 축소하려면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묘책이 없는 셈인데, 당국이 단기적인 수치에 집중하기 보다 장기적인 기준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본원 임원회의에서 '은행 예대금리차 확대'를 또다시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은행들이 대출금리와 예적금(수신)금리를 별개 적용하면서 '이자장사'를 부추긴 까닭이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6일 금융권과 금감원 등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라면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일각에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은행 예대금리차는 연초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지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서 잘 작동하지 않으면서, 여론 비판이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확보를 위해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꾸준히 인하하고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상품의 금리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발맞춰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은행 예대금리차가 수개월째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예대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 7월 1.14%, 8월 1.13%, 9월 1.22%를 각각 기록했다. 8월에 견주면 9월 예대차가 약 0.09%p 상승한 셈이다. 가계대출만 놓고 비교한 예대금리차는 7월 0.65%, 8월 0.73%, 9월 0.83%로 매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은행권 "2개월 반짝 관리, 무슨 의미있나"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은행들은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동안 조용하더니 연말까지 2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갑자기 왜"라며 의문을 품고 있다. 올 연말까지 대출수요를 억제하거나 잔액을 축소하려면 기존 대출자의 중도상환 및 상품 판매중단, 대출금리 인상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까닭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당국 지침에 따라) 때에 따라 맞춰서 영업하는 것인데, 대출지침을 1년 이상 장기적으로 당부하는 것도 아니고 (연말까지) 한두 달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미 은행연합회에 매월 (예대차) 공시도 하고 있지 않나. 일시적인 예대금리차 확대를 추세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한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은행들이 (대출을) 조절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예대차를 줄이려면 결국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데, 대출이 늘어나면 페널티도 부과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정확한 방침을 내놓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대출만기 30년 축소 △다주택자 수도권소재 주택구입자금 및 생활안정자금 한시적 중단 및 제한 △조건부 전세대출 한시적 중단 △주담대 갈아타기 대면 제한 등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기업·신한 등 일부 은행에서는 비대면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나섰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면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하지만 금리인하 시 대출수요가 폭발하는 만큼, 총량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가계부채 관리와 더불어 '예대금리차 축소'도 고려한다면 금리를 인하하면서 대출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당국 의견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소비자의 행동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 관계자는 "금리를 올리건 말건 판매를 중단하게 되면 의미가 있나"라며 "(금리인하 및 판매중단 후폭풍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극단적인 조치가 시행되면 결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규제가 덜한 2금융권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자장사'가 수익원인 은행으로선 사실상 앞뒤 말이 안 맞다는 입장이다.

예적금에만 반영된 기준금리 인하, 진실은?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은행들이 예적금 등 수신금리만 잘 내리고 있다는 점에 분개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전날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수신금리에 먼저 반영된 이후 대출금리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개별 은행별 유동성 상황, 여수신 금리 추이 등을 분석해 금리 반영 경로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다소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연동돼 매일 변하다보니 즉각 반영할 수밖에 없는 반면, 수신금리는 은행이 상품별로 약정금리를 정해 놓고 팔기 때문에 역마진을 안 보도록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규제를 풀어주면 은행들이 자연스레 금리 경쟁을 펼쳐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묶어놓고 각종 조건을 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들이 추가 조치를 취할지 모르겠으나, 당국 한 마디에 발 빠르게 금리를 내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며 "곧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11월 28일)를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동결할 경우 대출금리도 현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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