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대상과 내용 불분명…김건희 여사 옹호에만 집중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 시작 3분 만에 국민께 고개를 숙였다. 최근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명태균 녹취록 등으로 국민께 우려와 염려를 끼치게 한 것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일들을 정치적 '모략'이라고 표현하거나, 김 여사 리스크에 사과보다 변명과 옹호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야권을 중심으로 이번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이 민심과 부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불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시작하기 위해 인사말을 건넨 뒤 곧장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4.11.7/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함이 많았을 것이다. 제 노력과 별개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15분간 진행된 담화에서는 앞선 국정브리핑과 다른 모습도 보였다. 분량이 줄어든 것은 물론 그간 지적받아 왔던 '자화자찬'과 지난 정부를 탓하는 발언 등도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담화가 개최된 근본 원인인 김 여사 및 명태균씨와 관련된 문제에는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앞서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화와 회견의 내용이 변명으로 얼룩지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과의 성격과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임기를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들께 감사의 말씀과 사과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께 사과를 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다"라며 모호하게 답했다. 

이어 그는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이 잘못한 게 아니냐고 하시면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 것이다.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다. 민주당이 언론에(녹취록을) 공개했는데 그것이 짜깁기가 됐다든지 소리를 집어넣었다든지 그런 것까지 맞다 또는 아니다 하며 다퉈야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록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명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저의 당선을 반대하기보다 도움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인데 도움을 주려고 한 사람에게 매정하게 하는 것이 섭섭하겠다 싶어 전화를 받아줬다"라며 "공천 개입의 경우 제가 당선인 시절 경호원들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당선인을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저 나름대로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었다. 누구를 공천을 해주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명씨와 대선 경선 당시까지만 연락을 했었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추후 당선인 신분에서도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에 대해 "언론에 전해질 때 이건 저렇고 저건 저렇다고 길게 이야기 할 수 없어서 (대변인을 통해)가장 기본적인 말만 전달된 것 같다. 명씨와 관련해 부적절한 일을 한 적이 없고 감출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명씨가 부적절한 연락을 정기적으로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용을)공개하기는 그렇고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와 기자회견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국정기조 전환,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본질에 빗겨가는 대답을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발생해 인사를 한다고 할 때는 이를 빠른 시일 내 (완료)하기에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 내년도 예산의 신속한 집행과 미국의 새 정부 출범에 대한 대응을 감안해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인선 시기 등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또 김 여사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내 제2부속실 출범을 약속하면서도 김 여사에 대한 옹호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요청에 대해 "외교 관례 또는 국익을 위한 활동 등 반드시 해야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활동을)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라며 제2부속실을 통해 김 여사가 공적인 업무에만 활동할 것을 약속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건희 라인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 대통령이 국민 뜻을 잘 받들어 정치를 잘할 수 있도록 아내로서 조언하는 것까지 국정농단화 시키는 것은 그것은 (우리)정치 문화에 맞지 않는 것이라 본다"라며 김 여사를 감쌌다.  

그러면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특검을 할지 말지를 국회가 결정해서 국회가 사실상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삼권분립체계가 위반되기 때문이다"면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다"라며 김 여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어김없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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