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기업대출이 구조적으로 저부가·저생산업종으로 집중돼 궁극적으로 거시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 악화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도 보수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특정분야에 과잉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관행도 자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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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기업대출이 구조적으로 저부가·저생산업종으로 집중돼 궁극적으로 거시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논단 '기업대출의 효율적 배분과 성장잠재력 제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통계 기준에 따르면 국내 기업신용(대출금+채권+정부융자) 잔액 규모는 올해 6월 말 현재 2799조 5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신용 분기별 평균 성장률은 지난 2010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약 4.8%에 불과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인 2020년 1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평균 성장률이 9.3%에 달했다. 특히 기업대출 증가율은 팬데믹 이전 5.3%에서 팬데믹 이후 10.8%로 2배 이상 확대돼 기업신용 증가세를 주도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업대출 증가가 '부동산'에서 부각된다는 점이다. 201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동산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의 기업대출 레버리지 비율은 각각 197.0%에서 308.6%, 105.9%에서 165.2%, 122.7%에서 149.2%로 일제히 급등했다.
실제 금융권의 부동산업(부동산개발업+부동산임대업) 대출은 2018∼2023년 약 310조원 급증했는데, 이 여파로 전체 명목 GDP 대비 부동산업 기업대출 비율은 13.1%에서 24.1%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1 이하 상황이 3년 연속 지속된 기업) 업종별 통계에서도 부동산업권 내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차입금 비중은 43.8%에 달했다.
논단을 집필한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업을 비롯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 금융권의 기업대출이 몰리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기관들의 여신 활동을 통한 자원배분이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및 생산성 향상과 괴리되면서 구조적으로 저부가가치·저생산성 업종으로의 금융자원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성장잠재력 훼손 차원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향후 잠재적인 부실 및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거시건전성 차원의 관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기업영역의 취약 부문에서 건전성 지표의 악화 가능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고금리 및 내수시장 부진 등이 우려되는 만큼, 금융기관이 지속적으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 선임연구위원은 한계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업 부문의 한계기업 증가는 전반적인 신용리스크와 잠재부실 가능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상기업으로의 복귀가 어려운 한계기업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과 함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취약부문의 지속적인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이에 부실 가능성이 높은 새마을금고 등 일부 부실 비은행 금융기관들과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신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산업으로 대출을 과잉 공급하는 금융기관의 관행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당국은 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 고루 자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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