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특검법 ‘이재명 방탄’ 프레임 덧칠 시작돼
與 거부권 행사로 단일대오 구축…野 ‘특감’ 딜레마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이 3번째 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민의힘의 특별감찰관 카드에 막혀 폐기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와 특별감찰관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단일대오를 구축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국면 전환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진화를 위해 ‘김건희 리스크’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장외집회를 개최하고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1심 재판부로부터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뒤 첫 공개 행보로 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1심 판결을 부정하면서 윤석열 정권과 정면 승부를 선포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1월 2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이 대표는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량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된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 상실은 물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정치 운명에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집회 연설에서 “여러분이 있기에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반 민주주의의 싸움이 시작됐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윤석열 정권과 승부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이 매주 장외집회를 개최하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지만, 특검법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특검법 추진 목적이 이 대표 방탄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기 시작한 탓이다. 

실제 이날 집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김 여사 특검법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에 힘을 실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1심 판결에 대해 “법 기술자들이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법치를 우롱하고 있다. 국민의 법 감정을 벗어난 정치판결에 분노한다”면서 이 대표 옹호에 앞장 섰다.

국민의힘이 특감 추천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도 특검의 힘을 빼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공무원으로,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회에서 여야가 특감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추천한 인물인 만큼 보다 공정하게 권력형 비리 등이 차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김 여사 특검법은 국민의힘 당사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만큼 수사 범위가 넓어 특감으로 선택지를 다양화 하겠다는 목적이다. 

민주당은 특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감을 거부하거나 수용하는 것 모두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특감을 거부할 경우 특검을 밀어붙일 명분이 약해지고, 이를 수용할 경우 특검의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특감 딜레마를 맞이한 사이 국민의힘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단일대오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후 이르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예고된 재표결에서 김 여사 특검법은 재차 폐기될 것으로 관측됐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만남에서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문제들의 본질은 특감 추천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을 해나가면 되지 않겠나”라면서 “특감을 추천하지도 않고 특검만을 고집하는 것은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검에)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단일대오를 유지해 특검법을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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