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미국 신 행정부 출범으로 심화될 미중 간 전략경쟁에 대한 해법"
"고위급 협의·소통 이어가는게 가장 중요…우리 전략 한 번도 바뀐적 없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임기 전반기 한미동맹 강화를 기본으로 삼아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온 윤 대통령이 그동안 미뤄둔 한중관계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브라질 일간지 '우 글로부'·'폴랴 지 상파울루'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협력과 경쟁은 병존할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쟁과 협력이 국제 규범과 규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정당하고 호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4.11.1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외교 기조 변화에 대해 대통령실은 "앞으로 양국이 자유무역 협상, 통상협력, 인적·문화적 교류 등에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라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중 관계 발전 전략에 대한 질문에 "고위급 협의와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5월 이후 고위급 대화가 빨라지고, 잦아지고, 또 깊어졌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당 중심의 일사불란한 사회주의적 결정 프로세스를 지니고 있는 나라여서, 위에서 결정하면 그만큼 신속히 이뤄진다"며 "정부 간 고위급 대화가 활성화되는게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한국에 미국·중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발언에 대해 '외교 전략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의 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인데 하나는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가능한 파트너를 찾다 보니, 우연히 그러한 나라들이 자유 가치와 민주주의 경향을 띠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은 우리가 안보,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며 "양국이 상호 존중,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하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한중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지난 30여 년간 양국 관계의 중심축이 되어 온 경제 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양국의 민생을 함께 증진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번영은 한국과 중국 공동의 이익인 만큼 오늘 회담을 통해 이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깊은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긴다"며 "한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현대화 과정에 참여해 양국 경제·무역 협력을 한층 긴밀하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한중 관계에 대해 기조 변화라기보다는 한미동맹이 완전히 복원된 상황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 및 강화에 힘을 집중하고, 정부 외교 방침에 유연성을 주겠다는 복안이다.

미국 신 행정부의 등장과 북러의 군사 밀착이라는 안보 변수가 일어나면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더 커진게 사실이다. 그에 따라 우리 정부가 상황에 맞춰 고도의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판단으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