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해 전방위적으로 사용
손해배상 범위 제한 등 자사 책임 광범위하게 배제,
이용자 권리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 등 독소조항 시정
한국어 약관조차 없어, 공정위 심사 시작되자 뒤늦게 마련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중 최대 해외직구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알리와 테무의 불공정약관 시정에 나섰다. 

공정위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및 테무의 쇼핑몰 이용약관을 심사해 플랫폼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활용 조항, 소비자에게 불리한 재판관할 조항 등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 알리익스프레스 로고./사진=알리익스프레스

최근 전자상거래 즉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직구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외직구의 국가별 점유율은 그간 미국이 가장 높았으나 지난해부터는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알리·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 플랫폼이 급속도로 성장해 현재 대략 1000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알리·테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알리·테무를 통한 위해물품의 유입, 개인정보의 유출 등 소비자 피해가 커짐에 따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상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조항이 있는지 면밀히 심사한 결과,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곳곳에서 발견돼 이를 시정키로 했다.

먼저 알리·테무 이용약관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해 플랫폼이 조치를 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여러 조항에서 알리·테무가 그 어떤 책임도 부담하지 않겠다고 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알리·테무는 e커머스 플랫폼을 운영·관리하는 주체로서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불구, 자신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무효인 약관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고의·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국의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또한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 발생 시 연락할 수 있는 경로를 명시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신용호 약관특수거래과장은 “특히 알리·테무 이용약관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조항,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해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이용자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도 있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서 수집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공받는 자, 제공하는 항목 및 이용 기간 등을 정보주체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면서 “또한 정부 기관으로부터 요청이 있거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 아니면 수집한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저작재산권의 이용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알리·테무의 약관에는 사업자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용 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다고 하는 한편,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알리·테무에게 영구적인 사용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알리·테무는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제공한 콘텐츠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는 등 개인정보 및 이용자 콘텐츠의 수집·활용과 관련해 부당한 내용을 더 이상 포함되지 않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뿐만아니라 알리·테무 이용약관에는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관할을 각각 홍콩 법원,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도 있었다.  

신 과장은 “국제사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소비자의 일상거소지국에서 소비자의 주문을 받는 등 이른바 ‘소비자 계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국제재판관할의 합의를 한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추가해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허용할 때만 그 합의가 유효하다”며 “따라서 대한민국 소비자와 외국 사업자 간 소비자 계약에서 발생한 분쟁의 전속관할을 외국 법원으로 하는 것으로 약관에 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알리·테무는 이 역시도 대한민국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함과 동시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의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시정했다. 

이외에도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웹 사이트 접속 행위를 약관 변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 등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불공정성을 해소했다. 

신 과장은 “이번 조치는 국내 시장 및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공정약관을 집중적으로 점검해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외국 사업자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려면 최소한 ‘국내 수준’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국내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알리·테무 쇼핑몰이 위해물품의 유입, 개인정보 유출 등의 통로가 되고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약관상에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을 빈틈없이 적발해 시정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알리·테무는 국내에서 활발히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이 사건 심사 전까지만 해도 한국어 약관조차 마련해 놓지 않았었으며, 심사가 시작돼서야 한국어 약관을 마련해 게재했다. 

공정위는 연중 최대 쇼핑·해외직구 집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리·테무 약관을 정상화함으로써 1300만명에 달하는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