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청년들의 자금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한 '청년도약계좌'가 당초 기대와 달리 편성 예산의 40%도 채 못쓰면서, 내년도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초 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기여금을 일부 제공해 최고 연 9.54%의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못 이겨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5년간 납입해야 함에도 자산시장 투자보다 수익이 적은 점도 가입률 저조에 한 몫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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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청년들의 자금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한 '청년도약계좌'가 당초 기대와 달리 편성 예산의 40%도 채 못쓰면서, 내년도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초 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기여금을 일부 제공해 최고 연 9.54%의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못 이겨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5년간 납입해야 함에도 자산시장 투자보다 수익이 적은 점도 가입률 저조에 한 몫한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펴낸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도 청년도약계좌 예산안으로 올해 3682억원 대비 약 1.8%(67억 8900만원) 증액한 3750억원을 편성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의 자산형성지원을 위해 청년의 본인납입액에 비례해 국가가 기여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6월 출시했다.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달 70만원을 납입하면, 은행 이자에 정부 기여금 등을 더해 약 5000만원 내외의 목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최고 연 이자 9.54%에 달하는 적금상품에 가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만큼, 가입가능자에게 필수 재테크 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무위는 정부의 기여금 지원 예산을 감액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를 집필한 최병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의견을 통해 "2025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기여금 지원 예산은 지난 2년간 예상 지출 규모 대비 집행실적 추이를 감안할 때 그 규모가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며 적정 수준으로 감액할 것을 주장했다.
기여금 지원 예산은 계좌 가입 청년이 납입한 금액에 개인소득 수준을 고려해 기여금을 매칭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위는 내년도 예산안에 3628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은 약 3590억원이다. 금융위 출연금은 진흥원에 교부된 이후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에 맞춰 실지급되는 구조인데, 올해 9월 말 현재 실집행액(1~9월)은 213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6개월간 432억원에 불과했다. 1년 3개월간 교부된 출연금을 고려하면 약 39.9%밖에 집행되지 않은 셈이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저조한 실집행률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예산안 편성 당시 예측한 가입자 수가 실제 가입자 수에 비해 과도하게 설정됐다"며 "금융위원회가 사업방식을 중간에 변경함에 따라 기여금 집행액이 일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 대비 기여금 지급액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예산안 편성 및 심사 당시 6월 상품 출시 이후 연말까지 306만명이 가입해 3440억원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가입자 수는 51만 1000명에 불과했고, 기여금 지원액은 432억원에 그쳤다. 집행률로 따지면 약 12.5%에 불과한 셈이다. 2년 연속으로 집행률이 채 40%를 넘기지 못한 셈이다.
더욱이 금융위가 예산안 수요예측 실패로 사업방식을 두 차례나 변경했던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직전 상품인 '청년희망적금' 가입자의 중복가입을 막았다가 끝내 완화했고, 적금 납입금에 대한 정부기여금도 지급하기로 하는 등으로 수요를 재예측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최종 심의 과정에서 가입자 규모 등 수요 예측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예산을 크게 축소했다.
이에 수요예측 실패는 올해도 반복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올해 기여금 지원예산 3590억원 중 9월 말 현재 3003억원을 교부했다. 이 중 실집행된 규모는 2138억원으로 약 71.2%에 불과하다. 가입자 수는 94만 8000명으로 당초 예상치인 241만명보다 크게 못미친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기여금 지원 예산이 연례적이고 구조적으로 과다 편성된 결과, 실제 집행되지 않은 예산은 진흥원에 유보돼 있거나, 다른 세부사업의 부족분으로 내역변경되는 등 당초 국회의 예산안 심의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며 "2025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기여금 지원 예산 3628억 400만원은 지난 2년 간 예상 지출 규모 대비 집행 실적 추이를 감안할 때 그 규모가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보이므로, 적정수준으로 감액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정책상품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더욱이 최근 수익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를 비롯 비트·도지코인 등 가상자산의 수익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괴리감이 커지는 까닭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가 최대 9%대의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해 매달 70만원씩 5년간 납입해야 한다는 점도 큰 단점으로 꼽힌다. 매월 70만원을 5년간 납입할 경우 자기자본은 약 4200만원으로 기여금으로 받게 되는 이자는 최대 800만원대이다. 이 같은 목돈으로 자산시장에 투자했더라면 훨씬 빠르게 더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는 만큼, 가입했던 청년세대도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이 초창기에 반짝 관심을 끄는데 그쳤던 것처럼 청년도약계좌도 마지막 고금리 예적금이라는 인식에 초창기에만 반짝한 것 같다"며 "최근 트럼프 효과로 비트코인이 사상 첫 9만 50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고, 미국주식 수익률도 꾸준히 우상향하다 보니 예적금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단기간에 큰 목돈을 만지고 싶어하는 청년세대로선 낮은 수익률에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예적금이나 정책상품을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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