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시장의 기대와 함께 출범한 기업 밸류업 펀드가 하위펀드 설정을 완료하고 오늘부터 본격 투자를 시작한다. 장기적으로 5000억원 이상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시장의 기대는 이전만 못한 상황이다. 기관들의 매집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면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주먹구구식 운영' 논란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함께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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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기대와 함께 출범한 기업 밸류업 펀드가 하위펀드 설정을 완료하고 오늘부터 본격 투자를 시작한다./사진=김상문 기자 |
2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2000억원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가 오늘인 21일부터 투자를 시작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금융투자협회, 코스콤 등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펀드를 공동 조성한 바 있다. 이번에 조성된 펀드는 유관기관 자금 1000억원, 민간 매칭자금 1000억원 등 2000억원 규모로 꾸려졌다.
예고된 대로 투자 대상은 밸류업 지수 상장지수펀드(ETF)와 지수 구성종목, 지수 미편입 밸류업 공시 종목 등이다. 이런 가운데 거래소는 '밸류업 투자문화 조기 정착'을 위해 올해 안에 유관기관들과 펀드 자금 3000억원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밸류업 펀드는 5000억원 이상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때나마 증시 반등의 모멘텀 역할을 해줬던 밸류업 펀드에 대해서는 현시점 여러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편입 기준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논란이 존재한다. 이에 지난 18일 한국거래소는 내달 20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을 특별 변경할 예정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신규편입 심사 대상은 지난 9월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최초 발표 이후 내달 6일까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이행한 기업이다.
다만 기존 편입 종목에 대한 편출은 미리 예고된 대로 내년 6월 정기변경 때 실시된다. 구성 종목이 너무 빨리 편출될 경우 예기치 못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초 선정 당시의 잡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 조성된 셈이다.
한국 증시 특유의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계속 이어진 점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론에 불을 붙였다.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를 해서 엄청난 논란을 만들었다가 결국 철회한 고려아연, 불공정 합병 논란이 일었던 두산밥캣, 기습 공시로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자아낸 이수페타시스, 여전히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한미약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기 기업들은 전부 밸류업 지수에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도 이미 밸류업 공시를 실시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빠져 있다. 결국 이번 밸류업 지수의 효용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가) 코스피200 지수와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포함해서 주주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기엔 당장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 "당국 주도의 밸류업 펀드보다는 상법 개정안 쪽으로 논의의 포커스가 옮겨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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