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정부 관계자 참석 명단 및 추도사 내용 확정되지 않아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11명 추도식 참석 경비 외교부 부담도 논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 사도광산에서 희생된 조선인을 포함해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도식이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지만 추도식 개최를 사흘 앞둔 21일에도 일본 중앙정부의 참석자 명단 및 추도사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강제노동 현장이었던 사도광산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조건으로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해석을 전시할 것을 요구했으며, 한일 양측의 협상 결과 사도광산 현지에서 매년 1회 추도식을 열기로 일본측과 합의한 바 있다.

당초 7~8월로 논의됐던 추도식은 9월로 미뤄졌다가 다시 가을인 10~11월로 늦춰지면서 11월 24일로 확정됐다. 하지만 21일 현재까지도 24일 오후 1시부터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연다는 것만 확정됐을 뿐 일본정부의 참석자가 공개되지 않았다.

당초 추도식 개최는 한일 양국 정부간 합의됐지만 추도식의 주체는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행위원회에 사도시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포함돼있지만 일본정부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우리정부의 “진정성 있는 추도식이 되도록 해달라”는 그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의 참석 여부가 여태 정해지지 않은데다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일본측의 추도사 내용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 일본 사도광산 내 터널./사진=연합뉴스

이번 추도식의 명칭이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지면서 ‘노동자’란 표현이 빠졌으며, 일본정부는 이번 추도식 명칭에 ‘감사’라는 표현을 추가하려고 했던 사실도 전해졌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감사’란 표현이 들어가면 추도식을 요구해온 우리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첫 추도식엔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11명이 참석할 예정인데, 항공편과 숙소 및 현지에서 필요한 경비 등 모든 비용을 주최측이 아닌 한국 외교부가 부담하게 됐다. 이 비용 문제는 단순히 금액을 떠나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를 타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20일 언론 앞에서 추도식과 관련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까지 키워온 모든 분들의 노력을 표현하고 싶다”며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관여해온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일본측은 과연 사도광산 추도식을 강제동원으로 희생된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추도식에 참석하는 유족들이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고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추도식 내용도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도식 날짜부터 확정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에도 “추도사를 포함해서 추도식 개최와 관련해서 한일 간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일본과 협의하고 있는 내용들의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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