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원로 정치인들이 29일,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진흙탕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집권 여당이 당권 싸움에 매몰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디어펜은 이날 문희상 전 국회의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준상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 안상수 전 의원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국민의힘의 계파갈등에 대한 평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언을 들었다.
우선 원로들은 여당이 계파갈등을 겪고 있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트럼프 2.0시대’가 열리게 됨으로써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해야 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해야 할 엄중한 시기에 집안싸움에 열중하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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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족부터 문희상 전 국회의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준상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 안상수 전 국회의원/사진=미디어펜 |
문 전 국회의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세계적인 격변기이다. 집권여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 정국 현안이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턱도 없는 문제 가지고 싸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당원 게시판은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으라고 있는 것 아닌가. (내부에서)찬성만 한다면 그것은 공산당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끌고 가니 싸움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힘을 믿고 이를 정쟁의 씨앗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한심스럽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당의 상임고문이기도 한 유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도 “한마디로 걱정스럽고 한심스럽다. 이 시점에 친윤이면 뭐고 친한이면 뭔가. 이런 갈등이 정부나 당에 도움이 되겠나.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 유 부회장은 “여당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댓글을 썼느니 마느니 그런 것으로 싸워서 되겠나. 불필요한 논쟁뿐만 아니라 정치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라며 여당이 논란을 서둘러 종결할 것을 당부했다.
원로들은 여당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발생한 정쟁을 멈춰야 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논란을 종식하기 위한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과,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안상수 전 의원은 “민주주의가 자유라고 하지만 여당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책임지는 엄중한 조직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는 잘 안되는 것 같다”라며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발생한 계파갈등이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족쇄’를 풀기 위해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에서 엄중히 조사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명하게 (의혹을)해소하고 지나가야지, 유야무야하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좋을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원 게시판 논란 자체가 정쟁을 위해 발생한 불필요한 논쟁이고, 진상 규명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발생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덮고 가야 한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 진상을 규명할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 전 국회의장은 “당에는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어야 한다. 책임지는 주류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인 비주류가 있어야 당이 건강해진다. 당내에서도 의견이 같으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면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여당이)늪에 빠졌다. 늪에서 싸우고 있으면 둘 다 망하는 것이다. 한 대표든 대통령실이든 서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다 보면 결론은 나지 않는다”라면서 “결국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상대방과의 싸움이 필요한 것인데 내부에서 싸우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서로의 문제를 자꾸 얘기하다 보면 적 앞에서 분열하게 된다”라며 진상을 규명하기보다 덮고 넘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은 “누가 댓글을 썼고, 또 누가 무엇을 했고 이런 것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당에 균열을 가져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자해 행위를 하는 것이다. 지금이 한가롭게 당권싸움할 때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부회장은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로 뭉쳐서 국민만을 보고 가야 한다. 침묵은 금이다.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촉발된 계파갈등은 현재 김건희 여사 고모가 SNS에 한 대표 가족을 비방한 글이 언급되면서 확전되는 모습이다. 이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보복성 찬성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 이에 공멸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친윤계와 친한계 모두 자중해야 한다는 충고다.
더불어 원로들은 당정이 충돌하고, 계파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의 ‘외부수혈’을 원인으로 꼽았다. 당의 자생력이 낮아졌고, 보수 지도자들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해 당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갈등이 발생하고, 타협점도 찾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황 전 국무총리는 “현재 여당의 상황에 엄청난 우려가 된다. 과거에는 싸우다가도 대화를 하고 화해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없이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는 것이다”면서 “싸울 일은 많다. 하지만 싸움의 상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라며 당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도 “과거에는 국민들께 어느 정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해진 틀 속에서 다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외연 확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당의 정강이나 정서에 반대되는 사람들이 일부 영입됐다. 그러다 보니 야당에서 사용할 법한 용어를 내부에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이 결국은 자해 중에 자해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다 보니 불필요한 당권 싸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원로들은 정권 성공을 위해 논란을 매듭지을 사람은 결국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질책성 당부가 주를 이뤘다.
문 전 국회의장은 “대화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그런 협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정치의 본령이다”면서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다른 의견도 듣고 어르고 달래며 서로 의견을 교환해야한다. 여당만의 문제를 넘어 야당과도 그렇게 해야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조언했다.
유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은 “(논란이 발생한 것은)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의 책임이다. (정부여당이)한 몸이 되지 못하면 공멸하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신뢰를 주고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안 전 의원도 “당정이 하나가 돼 오로지 민생을 바라봐야 한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도 서로 소통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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