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전 세계 최대 무역협정으로 불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에 불참한 우리 정부의 현재 모습에 각계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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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김세헌기자 |
국내외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증가에 맞불을 놓는 미국·일본의 합작품이라는 해석이 큰 만큼, 한국으로서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적인 측면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한국이 자칫 환태평양 경제동맹의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12개국이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경제통합체인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FTA(자유무역협정)'로 회자된다.
앞으로 12개국 간 잔여쟁점에 대한 후속협상이 마무리되고, 각국 내 비준절차가 완료되는 등 필요 과정을 거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공식 발효될 경우 글로벌 무역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애초 TPP는 2005년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브루나이 4개국 간 'P4 협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후 2008년 미국이 호주, 페루와 함께 전격적으로 참여를 선언하면서 미국 주도의 다자간 FTA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어 2010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2012년 멕시코와 캐나다가 각각 협상에 참여했으며 2013년엔 일본이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각각 세계 1위와 3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동참하면서 TPP는 명실상부한 최대 메가 FTA로 변모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인구 7억8000만 명, 명목 GDP 26조6030억 달러, 무역규모 10조1850억달러다. 전 세계 명목 GDP의 38.2%, 무역규모의 27.8%를 각각 차지한다. 명목 GDP로만 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경제통합체이며, 무역규모는 유럽연합(EU)이 11조7000억 달러로 TPP보다 약간 많다.
그렇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저울질해온 한국을 비롯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후발대로 참여할 경우 그 규모는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TPP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 수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많다.
아시아 경제 통합을 목표로 2012년부터 협상을 시작한 RCEP에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RCEP의 명목 GDP는 19조7000억 달러로 TPP에 크게 못 미친다.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와 EU의 명목 GDP 역시 각각 18조 달러, 17조6000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은 그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불참해왔다. 미국이 참여하면서 TPP 협상이 본격화한 2008년은 이명박정부가 미국과 FTA를 타결한 데다, 한·중 FTA 체결에 집중하면서 기회를 놓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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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운데)를 포함한 12개국 무역·통상 장관들이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마치고 핵심쟁점들을 일괄 타결했다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하지만 현재로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더라도 한국 경제에 당장 타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면 가입국 사이에는 1만8000 개의 관세가 없어지지만 당장 없어지는 게 아니라 몇 년에 걸쳐 폐지되는 것이며, 관세가 폐지되거나 줄어드는 속도가 점진적인 데다가, 비가입국에 적용되는 관세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11개 국가와 자유무역하면 중국에 경제적인 타격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타격도 줄 수 있으므로 한국이 미국 또는 중국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고려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분석이다.
학계에서는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고, 가입하지 않으면 미국과 소원해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이 협정 당사국으로 합류하지 않고 뒤늦게 가입하려고 하면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뉴질랜드 등 작은 나라들의 경우 협정 당사국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이보다 뒤늦게 합류하는 나라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벌써부터 관세장벽의 두터운 보호를 받아온 일본 농가에서는 과거 경험한 적 없는 경쟁에 노출된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합의 사항에 따르면, 일본이 '관세철폐의 성역'으로 규정해온 쇠고기, 돼지고기, 유제품 등에서 관세가 인하하거나 저관세의 우선 수입 물량이 설정된다.
주식용 쌀의 경우 무관세로 수입하는 틀이 신설됨에 따라 일본은 미국에서 첫해 5만 톤, 호주에서 첫해 6천 톤을 각각 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쌀의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 크며, 더욱이 산간 지역은 농지 대규모화가 어려운 만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인해 전업 농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축산농가도 값 싼 돼지고기의 수입으로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엔저로 인해 수입 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분명 명과 암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출범국에 포함되지 못한 것에 대해 마냥 쓴소리를 퍼부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