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도 지속…증권가 "당분간 변동성 불가피" 전망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해제 이후의 금융시장 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었던 국내 증시 매력도가 '결정타'를 맞은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향후 탄핵정국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엑소더스'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해제 이후의 금융시장 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었던 국내 증시 매력도가 '결정타'를 맞은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을 간파한 뒤 그 후폭풍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이미 '그로기 상태'였던 증시 상황은 다시 한 번 나빠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 형성됐다. 비상계엄 해프닝이 있고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4일 국내 시장은 전일 대비 2% 급락한 채로 시작해 장중엔 어느 정도 낙폭을 회복했다. 

다음날인 5일 역시 코스피 지수는 246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치 상황에 비하면 시장은 오히려 한산해 보일 정도지만 지난 달까지 코스피 낙폭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결코 낙관적인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 증시 반등의 전제조건은 결국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수급의 부활'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하지만 지난달 15일과 26일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거의 두 달 가까이 삼성전자 주식을 그저 팔고만 있다.

이런 상황에 덮쳐온 비상계엄 쇼크는 한국시장에 대한 외인들의 인식 그 자체에 다시 한 번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원화 표시 자산 그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안 그래도 펀더멘털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좋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12월이 되면 증시가 상승한다는 이른바 '산타 랠리' 역시 국내 증시에선 요원한 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워낙 많이 폭락한 상태라 언제라도 반등 사인이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기는 했지만 미 증시에 상장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EWY나 환율 등 금융시장의 가격 레벨이 전날 장 마감 당시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면서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와 금융당국은 머리를 맞대고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날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당초 금융시장의 큰 변동성이 우려됐지만 정부 당국의 신속한 안정화 대책 발표로 투자 심리가 다소 안정됐다"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저희 금융투자업계는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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