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불가 상태…정국 불확실성 확대
재건축·재개발 특례법·재초환 차질 전망
공시가 현실화 계획 폐지 방안, 野 반대 강해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비상계엄 파문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촉진 대책을 포함한 각종 부동산 정책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안양시 평촌 일대 아파트 단지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8·8 부동산 대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8대책은 △서울 및 인근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8만가구 이상 신규 공급 △재개발·재건축 특례법(가칭) 제정을 통한 정비사업 단계 축소 및 재건축 부담금 폐지 △빌라 등 비(非)아파트 구입자 청약 시 무주택 인정 범위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이 중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을 위한 특례법 제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해당 개정안은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완화해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또 사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도 추진했다.

문제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계엄령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으로 국회 내 입김이 거세진 야당이 해당 사안에 대해 쉽사리 동의해줄 지는 미지수다. 당분간 여야간 정책논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관련 정책에 대해 원천 반대 입장은 아니지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적률, 높이 제한,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재건축, 재개발 관련 모든 규제를 푼다는 정책을 담은 것이 8·8 대책의 특징"이라며 "정부에서 8·8대책을 발표한 이후 재건축·재개발 시장 폭등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투기 정책이지 집값 안정 정책이라고 할 수 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재초환' 폐지에 대해선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초 '재초환 완화법'이 시행된 지 9개월밖에 안 돼 재초환법을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완화된 재초환법은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부터 준공 시점까지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8000만원을 넘는다면 초과 금액의 10~50%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방안도 여야 입장차가 극명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2년 연속 동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도입 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0%)으로 3년째 고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방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지역 실거래가와 공시지가 괴리가 크다며 오래 전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지난 총선 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법제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폐지하면 부자 감세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부동산 시장은 계엄 정국 혼란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물이 쌓이는 등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발표된 다음 날인 4일 서울 전역의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다. 서울 강동구(2%), 중랑구(1.9%), 서초구(1.8%) 등 22개 자치구가 하루 만에 매물이 1% 이상 늘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일반적인 여야 갈등이 아닌 대통령 수준의 갈등이어서 부동산 정책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대출규제 이후 문의가 줄었는데 계엄령 이후 그마저도 끊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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