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SK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기술과 현장에 특화된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AI(인공지능) 시대 전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 움직임에 맞춰 임원을 줄이면서 조직 슬림화에 나섰으며, 앞으로도 수시 인사를 통해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내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안정 속 변화를 추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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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서린빌딩 전경./사진=SK 제공 |
SK그룹은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의 이번 인사 키워드는 기술·현장으로 볼 수 있다.
사장 승진자는 2명이다.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은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경영전략 설계와 재무 전문성을 살려 SK디스커버리의 경쟁력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도 장으로 승진했다. 개발총괄(CDO)을 맡게 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리더십을 공고화할 계획이다. 또 D램과 낸드 기술경쟁력 강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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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현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CDO) 사장./사진=SK 제공 |
특히 이번 인사에서 기술 현장 출신을 대거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승진한 3분의 2가 현장과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다.
SK온에서는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피승호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하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끈 바 있다.
또 SK온은 신창호 SK㈜ PM 부문장을 신설된 운영총괄 임원으로 선임한다. 신 총괄은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 실행력을 높이고, 배터리 밸류체인 최적화에 앞장설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ARPA_E)에서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이 경험을 살려 기술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AI 선점을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최 회장은 “AI 산업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며 AI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투자에 속도를 내왔다. 이번 조직개편에도 이런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 태스크포스(TF) AI 추진단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 TF를 이끌던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추진단을 맡게 됐다. 또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해 AI R&D센터도 신설한다. SK텔레콤을 주도로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가 기대된다.
DT(디지털 전환) TF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DT 추진팀이 신설되며, 윤풍영 SK㈜ C&C CEO가 이끈다.
그룹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임원 인사도 전보다 줄었다. 2025년도 신규 선임 임원은 75명으로 2024년도 82명에서 7명이 감소했다. 지난 2023년에 14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절반으로 줄었다.
수시 인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SK에크플랜트, 7월에는 SK스퀘어가 CEO를 신규로 선임했다. 10월에는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이노베이션 계열사가 CEO 인사로 위기 대응에 나선 바 있다.
SK그룹은 내년에도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도 냈다. SK아메리카스는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재계 내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했다는 평가다.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만 교체하면서 수장 교체는 최소화했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개편과 수시 인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는 일부 변화도 시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과 경기 침체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비상계엄 사태 등 불확실성이 나타나면서 안정을 꾀한 것 같다”며 “수시 인사 방침과 임원 승진도 줄이면서 조직 내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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