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대출·자본규제 등 과제 산적…지속가능 성장기반 마련 시급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은행권의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약 1조원 가량 감소했다. 실물경기 악화를 계기로 한국은행이 거듭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한 까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대출·자본규제 강화, 밸류업 도입 등으로 은행권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은행들이 가계·기업 자금공급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논단 '올해 은행의 실적과 향후 경영과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은행권 실적은 전분기 7조 2000억원 대비 약 1조원 감소한 6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 올 3분기 국내 은행권의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약 1조원 가량 감소했다. 실물경기 악화를 계기로 한국은행이 거듭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한 까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대출·자본규제 강화, 밸류업 도입 등으로 은행권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은행들이 가계·기업 자금공급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순이익 감소에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눈여겨봐야 할 요소는 은행의 주 수익원인 '이자수익'의 감소다. 3분기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14조 6000억원으로 전분기 14조 9000억원 대비 약 3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대출증가로 이자수익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축소로 NIM이 크게 하락한 까닭이다. 

실제 분기별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말 2.53%에서 올해 1분기 말 2.50%, 2분기 말 2.36%, 3분기 말 2.24% 등 매분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분기별 순이자마진도 올해 1분기 말 1.63%, 2분기 말 1.60%, 3분기 말 1.52%로 거듭 축소되고 있다.

대손비용이 늘어난 점도 한몫한다. 지난 2분기 은행권 대손비용은 지난해 쌓았던 대손충당금이 일부 환입되면서 대폭 줄었는데, 3분기에 그 여파가 사라지면서 다시금 전분기 대비 약 7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늘어나는 연체율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대손비용은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 8월 말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0.53%로 전달 말 0.47% 대비 약 0.06%p 상승했다. 지난해 8월 말 0.43%에 견주면 약 0.10%p 급등한 수치다. 

이처럼 은행권 영업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내년에는 더 많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수익구조 변화가 대표적이다. 통상적으로 금리하락기에는 은행의 주된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하락한다. 또 단기적으로 만기가 일정기간 고정된 예금금리보다 금리변동주기가 짧은 대출금리에 금리인하 효과가 보다 빠르게 반영돼 이자이익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논단을 집필한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은행 이자) 수익하락은 은행을 통한 자금공급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고민거리를 안겨준다"고 우려했다. 

가계·기업 대출은 주춤할 전망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등에 강한 규제책을 펼치고 있고, 기업대출도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이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건전성 및 리스크 등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섣불리 자금을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도록 기존 관행을 합리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상환기간이나 한도 등에 대해 실거주, 실수요 중심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관행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고 평했다.

은행의 자본규제 강화도 부담거리다. 은행들은 지난 5월 도입된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에 이어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도 예고돼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3~17.7%에 속하는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일부 은행은 추가적으로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이 외에도 △은행에 대한 사회적 역할 요구 강화 △제4 인터넷은행의 설립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도 은행들로선 신경써야 할 요소다. 

이에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본연의 기능인 생산적인 곳에 자금을 공급하고 이에 대한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기 부진에 따라 요구되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적절히 공급하고, 위기의 확산 가능성을 막기 위해 충분한 자본력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은행지주회사 계열의 은행은 비은행 계열사와의 적극적인 자금지원 단계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전반적인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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