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국내 방산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방산업계 내에서는 수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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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이 폴란드로 수출하는 K2 전차./사진=현대로템 제공 |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KAI·LIG넥스원)의 수출 규모는 3조4108억 원(방산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094억 원과 비교해 1조3014억 원(61.7%) 증가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해외 일감이 매출에 반영된 결과다. 올해 들어서도 유럽, 중동, 남미에서 대규모 계약을 맺으면서 향후 안정적인 일감도 확보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으로 인해 K-방산의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산 수출 시에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 등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방산 수출의 경우 정부 간 거래로 진행되는 만큼 외교적 신뢰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신뢰도 하락 등으로 수출 협상도 늦어질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지난 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방문해 국산 헬기 ‘수리온’을 살펴볼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자파로프 대통령은 일정을 취소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KAI에게는 수리온의 기술력을 알리고, 수출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무산됐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방한 시 국방장관과 함께 해 방산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으나 이 기회 역시 미뤄진 상태다.
방산업계 내에서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협상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알린 K-방산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고, 빠른 납기 등 장점이 있는 만큼 당장 협상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출 확대를 위해 현지 마케팅 강화 등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수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통령이 직접 방산 세일즈에 나서면서 수출 협상에 힘을 실어줬는데 당분간은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또 국방부 장관 역시 방산 수출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는 공백 상태다.
방산업계는 앞으로도 대규모의 수주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인데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수주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 계약 햡상이 진행 중이다. 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폴란드·캐나다의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에 나섰으며, KAI는 중동에서 수리온의 첫 수출을 위해 협상 중이다.
이에 수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방산 외교는 지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공백이 나타나더라도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길어지게 될 경우 대외적인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영향이 점차 현실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방산 수출 ‘팀 코리아’를 유지하고, 탄핵 정국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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