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발동하면서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79년 일어난 12·12 군사반란 사태가 어느덧 45년이 흘렀다. 12·12 군사반란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가 대통령의 재가 없이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 등을 연행한 사건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군사반란을 통해 실권을 잡았듯이, 전두환도 12.12 사태 이후 정치적 실세로 자리 잡았다. 중앙정보부장을 겸직하며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었고, 1980년에는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전두환의 최측근이었던 노태우 역시 군사반란 이후 군대 내 요직을 거쳤고 초대 정무장관, 대통령 외교안보 담당 특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 대통령 특사 등을 지냈다. 이후에는 내무부장관에 올랐으며, 결국에는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향후 김영삼 정권 시절 군사반란의 실체가 밝혀지자 국민들은 정변의 핵심 인물들이 거대 권력을 잡은 것도 모자라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것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비자금 환수 조치에 나섰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전두환은 2205억 원 중 아직 922억 원이 미납 상태다. 

노태우 비자금은 4500억 원으로 추정됐는데, 당시 2600억 원만 추징됐다. 나머지 1900억 원은 행방이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들의 분노하는 점은 그 후손들이 불법 비자금을 활용해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들고나온 증거가 불법 비자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증거로 제시했는데 이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 원 등 총 9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노 관장은 이 증거를 인정받으면서 재산분할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이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메모에 적힌 900억 원의 금액이 추징되지 못한 1900억 원 중 일부라며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노 관장을 비롯해 노태우 일가를 검찰청에 고발했으며, 정치권에서도 불법 비자금을 환수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 발의까지 하고 나섰다. 

검찰에서도 고발인들을 조사하면서 수사에 시동이 걸렸지만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발발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민의 관심이 탄핵 여부에 쏠리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연일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불법 비자금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면서 자칫 사건이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고발인 조사가 끝난 만큼 서둘러 노 관장도 소환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번이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 오랜 기간을 무관심 속에 허송세월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무려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을 통해 재산을 부풀리면서 살아왔다. 평범한 국민들은 평생 만질 수도 없는 금액을 축적했다. 이제는 불법 비자금은 물론 비자금으로 쌓은 재산을 환수하고 전 국민들의 분노에 응답해야 한다. 탄핵 정국 속에 모처럼 실마리를 잡은 불법비자금 사건이 부디 묻히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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