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비상계엄과 탄핵여파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들이 단행했던 해외투자가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내부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외부 시선만큼 우려가 크지는 않다는 반응이나 최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경까지 더해 불확실성 요소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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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배터리2024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돼 있는 셀투팩 공법 목업./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
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달러 환율 강세로 인해 배터리사들의 달러 부채가 불안정한 업황에 더해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배터리사들은 북미 지역에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혜택을 기대하고 단독 및 합작 공장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영향력 확장 △전방산업의 침체 △트럼프 정부에 따른 정책 변경 가능성 등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 상승에 부채 부담?…배터리업계, "외부 시선만큼 문제 아냐"
우선 국내에서는 비상계엄부터 탄핵까지 정국이 불안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143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6일 우리은행은 탄핵 가결 이후의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를 1422~1432원으로 전망했으며 글로벌 통화정책 경계에 따른 달러 강세는 환율에 상방압력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최근까지 북미지역에 단독 및 합작공장 건설을 위해 투자를 단행했던 배터리사의 경우 달러 부채비율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3분기 말 달러부채는 6조8283억 원으로 전기 말인 4조2179억 원 대비 2조 원 이상 상승했다. 달러 환율의 10% 변동시 세전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2388억 원이다.
같은 기간 SK온은 달러 환율이 5% 상승하면 177억 원의 세전손익이 감소하게 된다. 지난 3분기까지 SK온의 달러 부채는 3조4379억 원에 달했다. 삼성SDI는 매년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만 달러 부채를 공개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4조431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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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배터리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
앞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AMPC(첨단세액공제)를 노리고 대규모 투자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전방산업이 부진을 겪자 올해는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또한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이어지는 등 중국 CATL이나 BYD와 같은 중국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사들의 점유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3사들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성장했으나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더욱 빨라 점유율이 약 20%까지 축소됐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 내부에서는 이런 달러 환율 강세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계속해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맞으나 각 배터리사들은 환율에 대해 영향을 받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통상 해외 투자는 사전에 환율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일시납이 아닌 오랜 기간 분할로 납부하기 때문에 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또한 환율에 따른 수익성 차이는 조 단위의 사업에서도 영향이 미비하다는 주장이다. 업계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대해 "배터리 원소재의 가격추이가 변할 때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몇 년과 같은 대규모 투자 시기는 지났고 이미 연말인만큼 이미 투자비가 많이 집행돼서 영향이 적다"며 "해외투자는 자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해외법인이라 국내 기업에 있어서는 큰 영향이 없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정부, IRA 보조금 폐지 시사..."산 넘어 산"
하지만 일각에서는 추가 사업 확장에는 여전히 환율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 정부의 집권시 IRA(인플레이션 방지법)보조금이 폐지될 가능성도 거론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등의 외신들은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인수팀의 내부 문건을 확인했다며 "인수팀이 전기차와 충전소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중국산 자동차 및 부품, 배터리 소재를 차단하는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팀은 IRA에 근거한 보조금 정책 폐지를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완성차업계에서도 타격이 갈 수 있는 소식이지만 완성차업체들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는 배터리사들에게도 여파가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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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
인수팀의 문건에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 충전부품 등에 전기차 공급망 관세를 부과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제품의 수입 제한을 위해 특정 품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등의 조치를 취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활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로이터는 "인수팀은 전 세계의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며 "해당 조치에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취지가 포함된다"고 진단했다.
중국 견제라는 명분이지만 이번 조치는 미국 공장에 투자한 국내 배터리사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지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지만 일부 소재와 부품은 수입이 필요한데 이로인해 생산 비용 상승과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하는 부분이 부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적 및 성과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일 경우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해외 직접 투자인 경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경우 환율 강세가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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