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범농협금융 계열사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그동안 잦은 금융사고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만큼, '안정' 대신 '쇄신'을 택해 신뢰제고 등 분위기 전환에 나선 모습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캐피탈, NH벤처투자 등 4개 완전자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후보추천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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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태영 신임 NH농협은행장, 박병희 신임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장종환 신임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이사(연임), 김장섭 신임 농협저축은행 대표이사, 송춘수 신임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
임추위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각 회사별 특성과 사업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중심과 고객신뢰 기반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속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를 각 회사 CEO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우선 차기 농협은행장에는 강태영 현(現)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추천했다. 강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경남 진주 출신이다. 진주 대아고, 건국대를 졸업한 이후 1991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 겸직)등을 거쳐 2월부터 NH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강 내정자는 다년간 여신 관련 업무를 수행한 데다, 인사부와 종합기획부 등의 근무경력과 일선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력과 영업력을 두루 겸비한 '육각형 인재'로 평가받는다. 특히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해 지주회장과 함께 뱅킹 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는 "농협은행이 내년에 디지털 혁신 주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강 내정자가 신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는 점을 들어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적극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권이 내부통제와 인적쇄신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인사 경험과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강 내정자가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적재적소 인사 구현을 펼쳐 은행을 한층 개선된 모습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는 평가다.
새 농협생명 대표이사에는 박병희 현 농협생명 부사장을 추천했다. 박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경북 청도 출신이다. 대구 청구고,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1994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소비자보호부 부장, 상호금융리스크관리부 부장, 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 등을 차례로 거쳐 현재 농협생명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박 내정자는 지역기반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농협생명의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시킨 영업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임추위는 "2025년에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금리인하로 인해 투자수익률 하락 및 보험부채 증가 등으로 농협생명의 손익 악화가 우려된다"며 "박 내정자의 탁월한 영업능력은 본원적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려는 농협생명의 경영전략 방향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농협생명 출범 이후 약 12년 동안 한 번도 현직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례가 없었던 점에서, 박 내정자를 파격 추천해 직원 사기진작과 장기적인 인적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설명이다.
농협캐피탈 대표이사에는 장종환 현 농협중앙회 상무를 추천했다. 장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충북 제천 출신이다. 제천고, 강원대를 졸업한 후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중앙회 홍보국국장, 농협금융지주 홍보부장 외 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으며, 현재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사업지원본부장으로 재임 중이다.
장 내정자는 다년간 일선 현장에서의 영업 경험과 언론, 마케팅 등의 홍보 역량을 바탕으로 뛰어난 공감능력을 보유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능력이 탁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임추위는 "최근 여전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캐피탈은 영업채널 다각화를 통한 자산 확대를 내년도 중점과제로 삼고 있다"며 "장 내정자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본부장으로서 약 800조원의 여·수신 관리경험을 바탕으로 농협캐피탈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했다.
더욱이 은행 금융소비자보호 부행장 경험이 있는 만큼, 불완전판매 예방과 소비자 권익증진 등 농협캐피탈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의사를 밝힌 농협손해보험과 NH저축은행 대표이사의 후임자도 새로이 내정됐다.
신임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에는 송춘수 전(前) 농협손보 부사장을 추천했다. 송 내정자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마산중앙고, 연세대를 졸업했다. 지난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손해보험에서 상품고객본부장, 농업보험본부장, 마케팅전략본부장, 법인영업부장 등을 두루 거쳐 고객지원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송 내정자는 보험 분야에서만 20년 이상을 근무한 보험전문가로서 보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무경험을 겸비하고 있어 정통 보험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농협손보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만큼, 누구보다 내부사정과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준비된 실무형 CEO라는 평이다.
임추위는 "농협손해보험이 최근 2년 연속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며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면서도 "내년도에는 금리인하와 경기둔화 등으로 보험업계가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보험관련 감독당국의 규제강화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내정자는 보험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겸비해 수익성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손해보험의 경영전략에 부합하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송 내정자 역시 최초의 손해보험 내부 출신 대표이사인 만큼, 직원 사기진작 및 장기적인 인적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새 NH저축은행 대표이사에는 김장섭 전 농협생명 부사장을 추천했다. 김 내정자는 1965년생으로 경기 여주 출신이다. 청주 신흥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금융지주 경영지원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을 거쳐 농협생명 자산운용부문 부사장을 차례로 역임하는 등 농협 내 다양한 법인과 부서를 경험한 정통 금융맨으로 평가받는다.
임추위는 "김 내정자는 전략기획, 경영지원 등 다양한 경력과 일선 현장에서의 풍부한 영업경험을 균형감 있게 보유한 기획·영업전문가"라며 "리테일 사업 중심의 경영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NH저축은행의 대표이사로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또 저축은행이 법적 규제로 약 500억원대의 유가증권을 운용하는 데 그치고 있는데, 김 내정자의 투자·운용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수익률 제고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도 기대한다는 평이다.
두 회사의 새 후임자를 조기 추천한 데 대해 임추위는 "각 회사의 경영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계획에 따라 지체 없이 임추위를 가동해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했다"며 "후보군 압축절차를 거쳐 최종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앞서 두 회사 대표이사는 지난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NH벤처투자 대표이사에는 김현진 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추천했다. 김 대표는 연세대에서 세라믹공학을 전공 후, 카이스트 무기재료공학 석사와 연세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공계 출신의 기술형 CEO이다.
임추위는 "벤처캐피털(VC)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맨파워(Man Power)"라며 "특히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고 신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려면 대표이사의 네트워크와 심사역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공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데다, 20년 이상 ICT, 반도체, 소재부품,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경험을 갖춘 VC 전문가인 만큼 사업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1000억원 규모로 결성한 글로벌오픈이노베이션 펀드는 산자부와 농협계열사를 주요 LP로 구성했는데, 이는 김 대표가 국내·외 주요기관과 금융권의 네트워크 외 농협 내부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에 추천된 후보자들은 이달 중 해당 회사별 임추위 또는 이사회에서 자격검증 및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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