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26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 30조 원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4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5.89% 늘어난 44조1228억 원, 영업이익 전망치는 9.91% 증가한 3조7454억 원이다. 기아의 올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26조9549억 원, 영업이익은 25% 늘어난 3조827억 원으로 예상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따른 친환경차 판매 증대와 고급화 전략,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14년 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나란히 상장사 영업이익 1위와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5조 원을 넘어섰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0% 증가한 15조126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162조6636억 원으로 전년보다 14.4%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조2723억 원으로 53.7% 증가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100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과 11조 원을 넘어선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5% 증가한 11조6079억 원, 매출은 99조80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조7778억 원으로 62.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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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 실적 신기록 갱신 전망…컨센서스 영업익 28조1962억원
올해도 현대차·기아의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SUV 등 고부가 차종 판매 확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 등을 동력 삼아 올해도 실적 신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3분기 누적 합산 매출은 208조9081억 원, 영업이익은 21조3681억 원이다. 양사의 4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더한 올해 연간 합산 매출은 279조9858억 원, 영업이익은 28조1962억 원으로 전망된다.
내수 시장의 판매량 감소가 특히 뚜렷한 상황이지만 미국 달러화 강세가 지속함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환차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미 수출 등 해외 판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현대차그룹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환율이 달러당 1450원 수준에 이르면서 수출 비중이 큰 현대차그룹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다만 기대했던 올해 합산 영업이익 30조 원 달성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점점 닫히는 가운데 계엄·탄핵 등 국내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6조9831억 원, 2분기 영업이익은 7조9228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6조4622억 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3·4분기는 자동차 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보수적 시각이 작용됐다.
◆ 트럼프 재집권·국내 혼란 정국은 '변수'…중장기 전망은 '맑음'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진출 이후 18년 만에 누적 판매 500만 대를 넘어섰고,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889만5958대에 달한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중 3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꾸준히 상품성을 입증하면서 유연한 생산 체제로 미국 수요 변화에 대응한 것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비결로 꼽힌다.
글로벌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다. 미국의 경제 정책 및 대외 무역 정책이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임기 중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외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를 강화하는 등 자동차 업계에 강한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여러 차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고,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거듭 공약한 바 있다. 그가 예고한 대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지원을 대폭 줄이게 되면 현대차그룹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혼란한 국내 정치 상황도 변수다.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자동차 업계는 연말 할인 폭을 키우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데 올해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기아의 중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밝다. 양사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등 전동화 전환의 과도기를 대응하면서도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필연적으로 다가올 완전 전동화 시대를 탄탄하게 대비하고 있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친환경차 라인업을 다양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의 리더로 리더로 자리 잡겠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국내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면서 "통상 업계 성수기로 분류되는 4분기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조 원 달성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작년보다는 더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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