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5만명·대출액 14조원 수혜…은행권 채무탕감 불이익 면제 눈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연체위기에 놓여있거나 폐업을 희망하는 개인사업자 및 자영업자를 위해 대규모 채무탕감에 나선다. 은행들은 맞춤형 채무조정 및 폐업자 지원 등에 최대 연 7000억원의 자금을 풀 예정인데, 연 25만명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사업자 채무탕감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 및 건전성 규제 등의 불이익을 모두 예외조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23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하면서 연간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 부진'을 이유로 한 폐업이 큰 폭으로 늘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가 적힌 스티로폼이 놓인 모습. 2024.7.15/사진=연합뉴스 제공


은행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연체위기에 놓여있지만 재기를 희망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맞춤형 채무조정 △상생 보증·대출 △은행권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폐업자에게는 장기·저금리 분할상환 대환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이자부담 경감 및 출연에 연 6000~7000억원을 지원해 연 25만명(대출액 14조원)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은행들은 연 10만명(대출액 5조원)에게 맞춤형 채무조정의 일환으로 이자부담을 연 1210억원(차주당 연 121만원) 덜어줄 예정이다. 맞춤형 채무조정은 정상 차주라도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출자에 한해 장기분할상환 및 금리감면 등의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들이 자체 시행하던 '개인사업자대출119' 프로그램을 강화한 것으로, 개인사업자를 너머 법인 소상공인까지 범위를 확대한 게 특징이다. 

이에 은행들은 연체 우려가 있더라도 대출 이용 기회를 지속 제공해 부실 가능성을 줄이고 상환 부담을 낮추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만기연장 외 장기분할상환대환, 금리부담 완화 등이 거론되는데, 분할상환은 기존 사업자대출(담보대출)을 최장 10년(신용대출 최장 5년) 만기의 장기 분할상환상품으로 대환해주는 게 특징이다. 또 대환·만기연장 과정에서 금리 감면도 병행된다. 

지원대상은 직전년도 매출액이 20억원 미만이면서 직전년도 총자산이 10억원 미만, 해당 은행 대출이 총 10억원 미만 등이어야 한다. 여기에 △연체우려가 있는 차주 △휴업 등 재무적 곤란상황에 처한 차주 △연속 연체기간이 90일 미만인 차주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 다만 도박기계 및 사행성 불건전 오락기구 제조업, 유흥주점 등은 제외된다. 지원시기는 내년 3~4월께로 예상된다.

성실상환자 등 재기 의지가 있는 사업자에게는 추가 사업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상생 보증·대출'을 출시한다. 우선 은행권의 119plus를 6개월 이상 이행 중인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개인사업자에게는 신규 운전자금 보증부대출을 지원하는 '햇살론119'가 지원된다. 한도는 최대 2000만원, 금리는 연 6~7% 수준이며, 최대 5년 분할상환(1년 거치 포함) 조건이다. 보증·대출은 내년 4월께 시행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햇살론119에 1000억원을 출연하는데, 연 3만명(대출액 6000억원)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소상공인에게는 추가 설비·운전자금 보증부 대출 '소상공인성장up'을 공급한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익성·매출액 증대 등 경쟁력 강화 계획을 입증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다. 금리는 기존 신용대출 대비 저금리로 제공되며 개인사업자에게 최대 5000만원, 법인 소상공인에게 1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상환방식은 최대 10년 분할상환(최대 3년 거치) 조건이며, 내년 7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은행권은 여기에도 10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인데, 연 2만명(1조 1000억원)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거래은행들은 상권분석, 금융·경영지원 등 컨설팅과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성장-폐업 등 단계별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인데, 창업자에게는 상권분석과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기존 사업자에게는 경영자문 및 금융·세무·회계·법률상담 등을 지원하고, 폐업자에게는 폐업 절차에 대한 경영지원 및 비용 경감 서비스를 안내할 예정이다.

아울러 은행들과 당국은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하기 어려워 폐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에게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는 정상 상환 중인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하며, 연체가 발생한 폐업자에게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원금을 감면해준다. 

만기는 대출상품에 따라, 대출규모 1억원 초과여부에 따라 엇갈린다. 신용대출의 경우 1억원 이하에 최장 30년, 1억원 초과에 최장 10년을 제공한다. 보증서대출의 경우 1억원 이하 최장 7년, 1억원 초과 최장 5년을 지원한다. 담보대출에는 최장 10~30년 만기를 연장해준다. 상환유예(최대 1년)나 거치(최대 2년)도 가능하다. 

금리도 꽤 낮은 편인데, 잔액 1억원 이내 대출에는 3% 수준(현재 조달금리 기준, 금융채 5년물 기준)로 지원한다. 대환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내년 3~4월 중 시행될 예정으로, 시행 후 3년간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은행권은 연 10만명(대출액 7조원)이 연 3150억원(차주당 연 103만원)의 이자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채무조정에서 비롯되는 은행권의 대출한도 및 건전성 등의 불이익에 대해 예외 취급할 방침이다. △가계부채 경영목표 관리 예외 △가계대출 대환시 DSR 규제 제외 명확화 △채무조정 관련 임직원 면책 △건전성 분류요건 완화 등 규제 예외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기간 연장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당국이 가계대출 폭증을 이유로 은행권의 대출한도(연간 가계대출 경영목표) 및 건전성 등을 규제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가 큰 폐업자가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조치로 해석된다. 더욱이 채무조정 과정에서 책임자 위치에 있는 임직원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손실에 따른 책임을 공개적으로 면해주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위해 필요한 조치사항들을 신속 지원할 예정이다. 

당국 관계자는 "경영실태평가 개선, 관련 임직원 면책 등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자금공급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 연장 조치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은행권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지원실적 등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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