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요구권·헌법재판관 임명·탄핵 의결 정족수 이견
자의적 해석에 법적 다툼 불가피…정치로 해결해야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여야가 26일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권한 행사 범위와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 문제로 끝없는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고, 탄핵 의결 정족수 또한 대통령 기준으로 가중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여야 최대 난제 한덕수 권한대행 권한은 어디까지?

여야가 충돌하는 핵심은 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다. 이들은 그중에서도 재의요구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헌법재판관 또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지난 19일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 6건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거부권 행사에 대한 성토 대신 이를 근거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한 총리는 가장 적극 행사인 거부권을 행사하고, 가장 형식적인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라며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헌법재판관도 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 18일 국회 대표실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접견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대통령의 직무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은 없다는 주장이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소추인인 만큼 탄핵심판이 종료된 후에야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러면서 이들은 2016년 황교안 권한대행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뒤에야 헌법재판관이 임명됐다는 전례를 들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 (또)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검사가 판사를 고르는 것과 같다.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매우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헌법학계는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헌법재판관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헌법학자들 또한 법리적 해석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권한대행은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것이 아닌 직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업무는 다 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에서 헌법재판관을 선출하면 한 권한대행은 임명을 해야한다. 대통령도 (헌법재판관)임명을 거부할 수 없는데, 권한대행은 당연히 임명을 거부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임명을 거부한다면 이는 위헌 행위이다”라고 지적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논리상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면서도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법의 원리 중 양쪽의 당사자로부터 독립된 사람들 또는 독립된 기관이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되어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법적)다툼의 여지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도 난제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도 난제로 꼽힌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상정 및 표결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국무총리로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한 ‘피의자’라고 지적하며, 의결 정족수는 국무총리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151)이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으므로 대통령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학계 또한 이에 대해 획일적인 답변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가 헌법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김한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한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의결 정족수를 묻는 서면 질의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한대행 취임 이전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탄핵 사유가 발생한 경우,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 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다”라고 회신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 의결 정족수가 국무총리 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24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여부를 질의한 것에는 “최근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중에 있을 경우에는 탄핵 대상이 되면 대통령에 준해 대통령에 대한 가중 정족수의 적용을 받는다는 견해가 보도된 바 있다”라고 회신했다. 입법조사처가 헌법학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한 시점에 따라 다양한 법리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에 대해 “총리에 대한 탄핵이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 총리 재직 중 (탄핵)사유가 발생한 경우 당연히 의결 정족수는 151석이 맞다”라고 답했다.

반면 장용근 홍익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권한대행은 총리로서 기능으로 탄핵되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역할로 탄핵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 기준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라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헌법재판관은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우리 역사를 돌아볼 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는 점이 그 자리의 무게를 방증한다”라면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법의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여야가 합의를 통해 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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