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거듭 치솟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탄핵정국 및 미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 등 대내외 불안 속 환율이 거듭 치솟는 가운데,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진 까닭이라는 분석이다. 환율이 1500원 경계선마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달러예금 잔액도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26일 현재 625억 4900만달러로 전영업일인 24일 대비 약 9억 5500만달러(한화 약 1조 4073억원, 1달러=1473.60원)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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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원·달러 환율이 거듭 치솟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오전 10시 딜링룸 모습./사진=KB국민은행 제공 |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을 비롯 증권가에서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면서 '달러 사자' 행렬을 부추긴 모습이다. 지난 26일 환율은 정규장 종가(15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인 24일 1456.40원 대비 약 8.40원 오른 1464.80원에 마감했다.
흥미로운 건 환율 상승세에도 불구 예금잔액의 등락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달러예금 잔액은 16일 11억 6000만달러 증가, 17일 8억 9300만달러 감소, 18일 1억 5200만달러 증가, 19일 8억 2300만달러 감소, 20일 13억 4100만달러 감소, 23일 11억 4400만달러 증가, 24일 4억 9600만달러 감소, 26일 9억 5500만달러 증가 등을 기록했다.
반면 종가환율은 12일 1431.90원을 기점으로 17일 1438.90원까지 상승세를 보였고, 하루 뒤에는 1435.50원으로 하락전환했다. 이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전망치 상향 조정을 발표한 지난 19일에는 환율이 1451.90원까지 폭등했고, 23일 1452.00원, 24일 1456.40원, 26일 1464.80원, 27일 1467.50원 등을 기록했다. 특히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7일에는 환율이 장중 한때 1486.7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 상승은 궁극적으로 예금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럼에도 잔액 출입이 빈번한 건, 환율 변동에 따라 단기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도 물량과 훗날 기회를 노리는 매입 물량이 몰린 까닭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환율이 저렴할 때 달러를 매수했던 가입자들이 환율 급등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보고, 보유한 달러를 대량 매도하는 식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 환율 급등에도 가입자들이 달러를 추가 매수하는 건 환율이 현 수준보다 더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는 까닭이다. 특히 매도 과정에서 누린 환차익은 '비과세'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달러 매입·매도를 부추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도 돌파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DI는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달러 강세 등 대외 요인에 의해 주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기존 달러화 흐름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1500원선이 무너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아닐 수 있지만, 추가 탄핵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1500원을 넘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일찍 1500원선을 터치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트럼프 리스크와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대내적으로 탄핵 정국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불행한 일까지 발생하면서 경기 심리가 위축돼 원화 약세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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