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빡빡한 건조 일정에 MRO 사업 수주 무산
올해부터 건조 일정 여유 생겨 적극 MRO 수주 나설 예정
정기선 수석부회장도 직접 챙겨…올해 첫 수주 기대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중공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건조할 도크가 부족했고, 수익성에도 확신이 없어 수주에 나서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시장 확대를 고려해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 만큼 MRO 역시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는 MRO 2건을 발주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에 대한 MRO 발주가 있었다. 

2건 모두 한화오션이 따냈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 MRO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보다 앞서 MRO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으나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빡빡한 선박 건조 일정으로 인해 MRO 사업을 수주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MRO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점도 수주에 참여하지 못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해군의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했던 선박 건조 일정은 지난해 함정들이 인도되면서 여유가 생긴 상태다. 향후에도 특수선 선박 일정이 있으나 HD현대중공업은 MRO 사업을 수주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MRO 사업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강조한 만큼 MRO 사업을 수주해 협력에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통화에서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1월 20일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되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도 협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MRO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을 때에도 직접 함정 건조 능력을 알리며 MRO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에도 기자들과 만나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MRO 수주에 나설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또 사업 차별성에 대해서는 “저희가 잘 한다”며 MRO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부문을 지속적으로 키워간다는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도 MRO 사업 수주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2029년 636억2000만 달러(약 93조 원)에 달하며 미국 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MRO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부문 확대를 위해 미국 해군 MRO 사업 수주는 필수라는 의견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해군의 MRO 발주는 2건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MRO 발주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는 올해 미국 해군이 10건 이상의 MRO 발주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함정 건조 시장까지 진출하려면 미국과 MRO 사업을 통해 협력 관계를 탄탄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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