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시간으로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미국은 그동안 갈등관계를 빚던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제재를 강화했는데,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금융제재를 연계해 이들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제재 회피를 지원한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대(對) 중국 수출통제도 확대됨에 따라, 외국계 금융기관이 제재 리스크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요구, 대중국 대규모 관세부과 등을 언급한 바 있는데, 현 대외 정책 기조보다 한층 더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정부 부처 간 일관된 가이드라인 부재 및 기업과의 입장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금융기관-기업이 뭉쳐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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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간으로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미국은 그동안 갈등관계를 빚던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제재를 강화했는데,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금융제재를 연계해 이들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제재 회피를 지원한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대(對) 중국 수출통제도 확대됨에 따라, 외국계 금융기관이 제재 리스크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13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 '미국의 수출통제와 금융제재 연계강화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각각 다른 목적·체계로 운영하던 수출통제와 금융제재를 연계하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통제를 맡고 있는데, 주로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품목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자금세탁과 테러 등의 방지를 목적으로 제재 대상과의 금융거래를 제한하고 자산을 동결하고 있다.
과거에는 양 제도가 별도 운영됐는데, 조 바이든 현 정부가 미 의회와 합심하면서 양 제도의 연계를 강화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등을 의식해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OFAC는 지난 2023년 12월 행정명령 제 14114호를 발표해 러시아의 제재회피를 지원하는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이는 러시아가 제3국을 통해 이중용도품목을 조달하고 외국계 금융기관을 통해 무역대금을 결제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 미 재무부가 지정한 8개 품목군 29개 군사산업 품목과 관련된 거래를 지원하거나, 러시아 군사산업 관련 제재대상자와 거래한 금융기관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눈여겨 볼 점은 금융기관이 제재대상과 거래했는 지에 대한 '인지여부'를 따지지 않고, 제재를 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고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재하던 것보다 한층 강화된 조치인데, 금융기관이 해당 거래나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객관적 사실'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 제재 대상이 된 외국계 금융기관에는 △미국 내 계좌개설 제한 △자산동결 등의 2차 제재가 부과돼, 금융기관으로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대리계좌나 환계좌의 개설·유지가 금지되고, 미국 내 또는 미국인이 소유·통제하는 자산이 동결되며, 이와 관련된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문제는 이 같은 대 중국·러시아 제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이민 △환경 △젠더 △정치 등 4개의 큰 카테고리로 '취임 첫날'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유세 당시 "취임 첫날 바로 한다"고 선언한 공약만 41개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행정명령이 25개 이상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별도의 의회 입법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대통령 서명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 중에서도 트럼프는 러-우 전쟁을 '24시간 이내'에 종결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해서도 마약류인 중국산 펜타닐 유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존 추가 관세에 10% 관세를 더 매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현 정부가 추진하던 이민·환경·젠더 정책 다수를 폐기하면서도, 대외 제재 등에 대해서는 한층 더 강경한 스탠스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대외 리스크에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마땅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제재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적용범위에 관해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등 정부의 해당 부처들이 합의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며 "금융기관들은 제재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반면, 기업들은 이를 과도한 규제로 인식해 불만을 제기하는 등 기업과 금융기관 간 입장 차이도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제재 위험이 높은 기업에 대한 정보 공유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한 은행에서 거래가 거절된 기업이 타행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은행 간 정보 공유가 어렵다보니 제재 리스크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장선으로 은행들은 제재 대상 식별을 위한 전산시스템 운영과 전담인력 운영에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 중이다. 대형 은행의 경우 '세이프와치(SafeWatch)' 등의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 도입비용은 약 1억 5000만원에 달하며, 연간 유지비용만 약 4000만원에 육박한다. 제재에 민감한 시중은행은 제재 관련 검사를 위해 25명 이상의 전담인력도 투입 중이다.
이에 이 선임연구위원은 "효과적인 제재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 금융기관, 기업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제재 위험이 높은 거래 유형과 기업 정보, 제재 회피 수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되, 현재 문제로 제기되는 개인정보 보호 등 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제재 준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제재 위반 시 금융기관이 받을 수 있는 피해의 심각성을 기업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제재 위반 시 발생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피해와 기업 활동 제약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제재 대상을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개별 은행이 운영하는 필터링 시스템을 은행권 공동으로 구축·운영해 비용을 절감하고 제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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