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캐시카우' 흔들…무안공항 참사로 1분기 실적 악화 예상
동계운항 국제선 1040편·국내선 838편 감축…"안전성 강화"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애경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제주항공이 최근 무안공항 참사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애경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애경그룹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린다.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은 최근 무안항공 참사 이후 예약 취소와 항공편 운항 감축으로 인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매출 감소와 유동성 문제, 그룹 차원의 재정 부담까지 겹치며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제주항공을 이용해 출국한 여객 수(4만9839명)는 전년 동기 기간 대비 15% 이상 줄었다.

제주항공은 사고 직후인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0일까지 하루 만에 6만8000여 건의 항공권이 취소됐다. 제주항공은 이후 취소 물량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동계 항공편 일정의 마지막 날인 3월 29일까지 항공편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 제주항공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사고 여파로 예약 취소 러시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출 감소와 선수금 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항공사 선수금은 항공권을 판매하고 받은 예약금으로 항공사가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면 부채에서 매출로 전환돼 '좋은 부채'로 불린다. 다만 이번 참사 후 제주항공은 항공권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 막대한 현금 유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예약 취소는 단순히 매출 감소를 넘어 항공사의 유동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항공사 운영에서 선수금은 필수적인 현금 흐름 자원이기 때문에 대규모 예약 취소는 장기적인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안정성 강화 차원에서 동계 운항량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까지 국내외 노선 총 1878편(국제선 1040편, 국내선 838편)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운항 감축 역시 제주항공에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 동남아 등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노선의 운항 횟수 축소로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합작한 회사다. 2012년 AK홀딩스가 애경그룹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제주항공이 그 자회사로 편입됐다. 애경그룹은 유통과 화학 분야 실적 부진 속에서 제주항공을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 의존해 왔다. 제주항공은 그룹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동시에 유동성 위기를 겪는 그룹 계열사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제주항공의 상황 악화는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애경그룹의 유통 사업은 고물가 영향과 소비 둔화로 부진을 겪고 있으며, 화학 사업군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자급자족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기간 동안 제주항공의 입은 영업손실과 차입금을 갚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그룹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항공의 완전 정상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경쟁사들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운항 안전성 강화와 함께 고객 서비스 개선이 필수로 여겨진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여행 선호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에 빠르게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사고 여객기와 동일 기종 탑승을 꺼리고 있지만,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과 안전 점검이 철저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어 제주항공 이용자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완전 정상화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주항공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위기가 장기화되면 그룹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