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기준금리를 연 3.00% 수준에서 동결했다.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 속에 12·3 내란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확대되며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금리를 묶은 것은 고환율 상황과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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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한은은 16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새해 첫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00%에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작년 10월 4년 5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며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깬 '깜짝 인하'를 단행하며 2회 연속 금리를 내렸다.
내수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12·3 계엄과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커지면서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 역시 크게 위축됐다. 정부는 지난 2일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8%로 종전보다 0.4%포인트(p) 낮췄다.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수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진단한 전망치는 더욱 부정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 8곳의 전망치는 작년 말 현재 평균 1.7%로 한 달 전인 11월 말 평균 1.8%에서 0.1%포인(p) 내렸다.
정치권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14일 "오직 통화당국의 결단만이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실시했다는 비판을 다시 받지 않으려면 이번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할 것을 주장해왔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수회복에 도움이 되고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에게 이자부담을 경감시켜주어 새로운 사다리를 제공함이 목적"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일 수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정적인 삶과 경기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안팎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뒀지만, 치솟는 환율이 금리인하 결정에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 상황에서 금리인하까지 단행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여기다 미국이 올해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기보단 오는 28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지켜본 뒤 금리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과 지난 두 차례 연속 인하 효과를 점검하면서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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