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새해 대출총량 리셋(0)을 계기로 대출규제를 하나둘 풀고, 금리도 조금씩 인하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대출자로선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좋은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는 셈인데, 은행들이 당국 방침에 발맞춰 연말까지 대출총량을 관리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제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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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새해 대출총량 리셋(0)을 계기로 대출규제를 하나둘 풀고, 금리도 조금씩 인하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대출자로선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좋은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는 셈인데, 은행들이 당국 방침에 발맞춰 연말까지 대출총량을 관리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KB국민은행은 이달부터 주담대 거치기간 운영을 재개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물건별 연간 대출한도를 해제했다. 타행에서 대환하는 용도의 전세대출 신규 취급 제한조치도 해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일 신청건부터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 MCG) 적용을 재개해 대출한도 확대를 수용하고 나섰다. 우리은행은 생활안정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고,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유주택자 대상 수도권 소재 목적물 취급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중단한 대면 주담대 대환대출을 지난 10일 재개하고, 수도권 소재 2주택 이상 대출자의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대출금리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대출총량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설정했는데, 최근 이를 줄이면서도 우대금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지난 14일부터 0.05~0.30%포인트(p) 하향 조정했는데, 주담대(금융채 5년물) 중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는 0.1%p,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0.05%p 각각 인하했다. 전세대출(금융채 2년물) 가산금리도 주택금융공사 보증 건에 0.20%p, 서울보증보험 보증 건에 0.30%p 각각 낮췄다. SC제일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p 인상한 데 이어, 오는 20일부터 다자녀 우대금리(0.1%p) 조건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한다.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되면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 중인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5년물 상품의 금리도 하락했다. 이날 각 은행이 판매하는 대표 주담대 상품의 금리는 연 3.775~5.82%로 지난 2일 연 3.779~5.93% 대비 상·하단 모두 소폭 하락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775~4.175%,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연 3.79~5.19%,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3.92~5.22%,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4.08%부터, NH농협은행의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이 연 4.52~5.82% 등을 기록 중이다.
특히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에선 '대출 오픈런'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채권금리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대출금리 하락세가 계속될 지 미지수다. 우선 한국은행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채권금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 및 탄핵정국 등 대내외변수를 계기로 상승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평균금리는 지난 15일 3.087%로 하루 전 3.044% 대비 약 0.043%p 상승했다. 지난해 5년물 금리는 11월 29일 2.965%를 기록하며 첫 2%대 금리에 진입했는데, 지난달 9일에는 2.889%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달 5년물 금리는 지난 9일 2.957%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반등해 다시금 3.00~3.10%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조달자금비용지수)는 하락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12월 코픽스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22%로 전달 3.35% 대비 0.13%p 하락했다. 신규 코픽스는 작년 10월부터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3.47%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0.06%p 하락했고, 신잔액기준 코픽스도 0.09%p 하락한 2.98%로 집계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새해되면서 은행들이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도 인하하고 있지만 당국이 월별 분기별 관리를 천명한 만큼, 공격적인 대출 확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실수요자에 한정해 대출을 내어주는 식의 보수적인 영업을 펼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전달보다 꽤 축소됐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2024년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조원 증가해 전달 5조원 증가 대비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주담대는 3조 4000억원 증가해 전달 4조원 증가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다. 은행권 주담대가 8000억원 증가로 전달 1조 5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세가 둔화됐다. 구체적으로 은행자체 주담대가 지난해 11월 대비 1조 7000억원 감소했고, 보금자리론도 7000억원 줄었다. 겨울 이사수요 감소 등 계절적 요인과 추가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대출실행 이연 등으로 은행 자체 주담대 감소폭이 확대된 까닭이다. 반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은 11월보다 3조 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25년에도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기조를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상환능력 심사 중심의 여신관리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립해나갈 것"이라며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일관되게 관리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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