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선임을 놓고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과 영풍·MBK 측이 각축전을 벌일 예정인데 경영권 다툼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도 곧 정해지는데 이 결정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3일 오전 9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임시주총에서의 핵심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에 관한 건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고려아연에서 추진하는 안건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0명의 이사를 선임한다고 가정하면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이는 영풍·MBK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재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40.97%인데 최 회장 측은 우호세력을 포함하더라도 34%로 밀린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는 강화할 수 있어 영풍·MBK 측이 원하는 이사회 구성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주주별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풍·MBK의 지분이 40%를 넘지만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 특수목적법인)이 나눠 갖고 있어 의결권이 제한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 다수가 지분을 들고 있다. 

이사 수 상한 설정의 건도 양측에게 모두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현재 이사회 구성을 보면 고려아연 측 이사는 11명, 영풍·MBK 측은 1명이다. 고려아연의 안건대로라면 이번 임시주총에서 7명을 추가로 선임하게 되는데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들이 모두 선임되더라도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견제가 가능하다. 

영풍·MBK 측에서는 이사 수 상한이 없음을 전제로 하고 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했다. 영풍·MBK 측은 14명의 이사를 추천하면서 모두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내에서는 이번 임시주총이 경영권 다툼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 구성이 달라질 수 있어 회사의 경영 방향 역시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 경영진 측과 최대주주인 영풍·MBK 측의 경영권 다툼은 이어지겠지만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번 임시주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시주총에서 핵심이 되는 두 안건 모두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의결권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국민연금의 결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4.51%를 들고 있다.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기 전 7.49%보다 지분이 줄었지만 여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결정 역시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7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과거에 집중투표제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 왔지만 변수는 남아있다”며 “국민연금 외에도 소수주주들의 의결권 방향 역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