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0일 상생금융을 명분으로 은행권과 회동을 가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한 것인데, 이 자리에는 이재명 당대표도 참석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에만 2조원의 자금을 상생금융 명목으로 투입했는데, 명분을 알 수 없는 거야(巨野)의 소집령에 벌써부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차기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이 대표가 서민층 공략의 방안으로 은행을 타깃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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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은행권 현장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간담회 관련 내용을 별도로 공유하지 않은 모습이다. 주요 은행 관계자들은 "언론을 통해 20일 간담회 개최를 파악했다"며 "일정과 관련해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인데, 행장이 간담회에 자리하는 것은 맞는다"고 답했다. 한 관계자는 "간담회라고 부르고 집합이라고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생금융을 주제로 하는 만큼 가계·기업을 위한 대출금리 인하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 간담회가 금융당국이 요구하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주요 간담회 내용은 당국 요구사항과 비슷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가산금리 인하를 통한 예대금리차 축소 △저신용자 신규대출 지원 △가계·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금리인하 △경영 컨설팅 등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중에서도 가산금리 인하 요구는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부채 관리'를 요구하면서 은행들은 정책금리 하락세에도 불구 가산금리를 대거 반영해 신규 대출을 억제해왔다. 이 여파로 신규 대출을 받거나 대출금리 재산정을 앞둔 대출자들은 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다. 새해 은행 대출한도가 리셋되면서 주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금씩 인하하고 있지만, 당국의 건전 대출 기조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요구가 당국과 정면 대치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아울러 정책서민금융 확대도 논의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출연요율은 0.035%에서 0.06%로 한시 상향됐는데, 이를 법정 최대치인 0.1%까지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 외에도 수출입 중소기업 지원 명목으로 은행권에 외화여신 확대 및 수수료 우대 등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정치권 부름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2조 1000억원을 투입해 대출이자를 환급해주는 상생금융을 실천했다. 여기에 지난달에도 금융당국 소집으로 은행연합회 소속 20개 은행이 소상공인 25만명의 대출액 14조원에 대한 이자부담 경감에 올해부터 3년간 2조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은 그동안 여야를 떠나 계속 얘기됐던 사안이라 지원규모의 차이이지 않겠느냐"면서 "어떤 요구를 할 지 모르지만 대체로 국민들을 위해 가산금리를 낮추고 예대금리차를 줄이는 등 민생안정에 신경써달라는 내용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상생금융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니, 민주당에서도 '민주당표 상생금융'을 만들어 영향력을 내세우려는 것 같다"며 "역대급 이자수익을 이유로 정부가 지원해야 할 일에 계속 은행이 활용되는 모양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기조를 거스르는 금리인하 지원 요구가 노골적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확답할 수 없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느냐"며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하지만 당국도 향후 정권을 잡게 될 정부의 정책 기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 대표 요구로 은행들이 실제 지원책을 내놓으면 추후 '상생금융' 명분으로 홍보하기 좋을 것이다"면서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의 주장에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은행이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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