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법원, 심문 종료 8시간만 "증거인멸 우려"
흥분한 지지자들 유리창 깨고 법원청사 진입… 45명 현행범 체포
[미디어펜=진현우 기자]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이다.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 불거졌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을 계기로 한층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측 지지자들이 유리창을 깨고 법원 청사에 진입하는 등 영장 발부 이후 법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50분쯤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부장판사는 "증거의 인멸이 우려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등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영장 발부는 전날 오후 6시50분경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이후 약 8시간 만에 이뤄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해 약 4시간50분간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당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영장실질심사 소요 시간인 16시간40분을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심리 과정을 포함해 약 12시간50분 정도가 걸렸다.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장 20일까지 늘어나게 됐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미결 수용자 대우를 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서울구치소 내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 머물러왔지만 정식 입소 절차를 거쳐 수용동 독거실로 수감 장소가 변경된다. 

구치소 측은 윤 대통령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정밀 신체검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수형복을 입고 수형번호가 적힌 판을 들고 머그샷을 촬영하게 된다. 또한 구치소 측은 윤 대통령의 지문도 채취하게 된다. 다만, 현직 대통령 신분인 만큼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는 유지된다. 

공수처는 지난 2021년 1월 기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절차를 마무리해 존재감을 알렸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향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공수처는 이번주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시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조사 이후 공수처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있는 만큼 공수처가 옥중조사에 나서거나 강제구인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공수처와 검찰은 각각 열흘 씩 구속기간을 나누기로 협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오는 24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한 후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다음 달 4~5일에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반법치주의의 극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새벽 자신의 SNS에 남긴 글에서 "대통령이 헌법에서 부여한 긴급권 행사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국가적 비상위기의 실상을 알리고 호소하고자 한 비상계엄 선포행위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사법적 평가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이론의 기본"이라며 "헌법상 국가최고 지위에 있는 현직 대통령이 한 일을 형법의 내란범죄로 몰아가는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말하는 '야권 정치인'이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신동욱 수석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법원의 판단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전혀 없는 점, 현재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여부, 각종 위법 행태 등 여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구속에 따른 파장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법무부 호송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2025.1.18./사진=연합뉴스

반면,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구속영장 발부는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는 수사를 거부하는 내란 수괴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구속을 피하면 언제든 다시 내란을 시도할 ’확신범’"이라며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이 출범하면, 내란에 동조하고 내란을 선전선동한 윤석열 일당 모두를 적발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후문을 통해 법원 청사에 무단 침입해 청사 점거에 나섰다. 이들은 서부지법 청사 외벽을 넘은 후 소화기 등 집기를 이용해 유리창을 깨며 법원 청사로 진입했다.

경찰도 경찰기동대 등 경력을 추가 투입하며 진압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 지지자 측 역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치는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새벽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법원 건물에 진입하는 등 폭력적 수단으로 항의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자제력을 발휘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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