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폭력 사태 우려 속 野·警 책임 돌리는 듯한 발언
野, 지지층 입맛 따라 입법권 강행 비판 목소리 나와
"정치권, 쉬운 선택만…권력 분산 개헌 필요성 제기"
[미디어펜=진현우 기자]극렬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 이후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아스팔트 정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법부를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인데도 정치권에서 평화적인 의사 표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으면서도 사태의 책임을 시위대가 아닌 민주당 등에게 돌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그동안 '개딸'(개혁의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을 포용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정치권 내 극심한 갈등 형성에 일조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지난 18~19일 이틀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후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불법 침입한 9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이중 66명에 대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66명 중 5명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서부지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66명은 △서부지법 침입 46명 △공수처 차량 저지 10명 △경찰관 폭행·서부지법 월담 10명 등이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경찰 부상자는 총 51명으로 알려졌는데 7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사진=연합뉴스

여당 지도부는 폭력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면서도 사태의 원인이 민주당과 경찰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은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질서 유지와 사법 체계 준수를 언급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이 지난 2022년 10월 이 대표 측근 인사인 김용 당시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장면을 가리키며 "이 대표가 말하는 질서와 사법은 나를 위한 질서, 나를 위한 사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폭력 사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놓고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개별 의원 입장에 당이 공식적으로 답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치를 사법부로 가져갔고, 시민은 사법부에 분노했다"며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하고 특히 민주당(이 반성해야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법원 내 폭력 사태에 대한 비판은커녕 계속해서 독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으로부터 '폭력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지난 19일 밤 SNS를 통해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불행한 사태의 도화선은 다름 아닌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와 그에 성난 민심이지 내 발언이나 행동이 아니다"라며 반격에 나섰다.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폭력은 아니 된다"면서도 "그러나 항거는 해야한다. 불의가 법이 될 때 항거는 의무가 된다"며 시위대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聖戰)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고 적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극렬 지지자의 폭력 사태를 두둔하는 목소리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편이 한 잘못은 어떻게든 묻어두고 상대가 한 잘못은 드러내면서 우리 편은 용서하고 상대는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 자체가 진영 논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 갈등을 수습하고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가는데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의힘 내부의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거리의 정치를 이른바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정치 본연의 역할인 사회통합은 커녕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극단화가 심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건물 외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거리의 정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다보니 지금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아스팔트 당심만 좇는 근시안적 접근만 이뤄지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헀다.

민주당 역시 아스팔트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박찬대 원내지도부가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잇단 국무위원 줄탄핵 및 입법 강행 처리 등 입법권을 과도하게 사용하며 특히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민주당)는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과는 정반대로 가야 한다"며 "저들(보수 세력)과 달라야 이길 수 있고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금 현재 정치권은 민심보다는 당심, 특히 적극적으로 당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아스팔트 세력들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며 "지나치게 양극화된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거대 권력의 바탕이 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