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만원 대도 안 팔려..."소비자 더 저렴한 것 찾는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 지갑이 꽁꽁 닫혔다. 최장 9일 간의 설 연휴를 앞뒀지만, 전통시장에도 대형마트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시장에 온 사람들의 장바구니도, 마트에 온 사람들의 카트도 텅 비었다.

   
▲ 서울 종로 인근 전통시장 입구 전경./사진=미디어펜 권동현 기자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와 중구에 각각 위치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았다. 설맞이 과일세트나 선물세트를 눈 앞에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설 대목을 맞아 한창 바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과 마트는 오히려 한산했고 상인과 직원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없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과일 상인은 “과일 선물세트는 4만 원, 6만 원, 8만 원대로 준비했지만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예전 같으면 사람들이 그나마 좀 사갔지만 지금은 시장을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야채 판매 상인도 “설이 일주일이나 남아서 나물이나 전을 만들기엔 아직 이르고 대량으로 만들어놔도 어차피 다 팔리지도 않을 것 같아서 조금씩만 준비한다”며 “가끔 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나 조금씩 사 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 서울 용산 대형마트 내부. 소비자들이 설맞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권동현 기자

물가 완화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 중인 대형마트도 시장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설 선물세트 매대를 한동안 관찰했지만, 마침 장을 보러 온 소비자가 호기심으로 살펴보는 수준에 그쳤다. 정작 설 선물세트에 대한 소비자 문의는 드물었고, 그 문의가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더 적었다. 

이날 아이와 함께 마트를 방문한 30대 여성 소비자는 설 선물세트를 구매하면서도 “요즘 너무 비싸서 선물세트 살 생각은 잘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받는 선물로 대신하거나 정말 필요한 한두 개만 구매한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 근처 대형마트 설 상품 진열 매대./사진=미디어펜 권동현 기자

해당 마트에서 설 선물세트 판매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몇 년 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데 고객들이 비싸다고 느낀다”며 “10개, 20개씩 대량으로 사 가던 고객도 거의 사라졌고 10개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도 전혀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7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항상 직원들끼리 이번에는 안된다고 했지만 이번처럼 안된 적은 진짜 처음”이라며 “1만~2만 원대의 저렴한 선물세트는 그나마 조금씩 팔리긴 하지만 고객들은 더 저렴한 걸 찾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13일 서울시내 대형마트, 전통시장, 가락시장 총 25곳을 대상으로 ‘설 차례상 차림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올해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22만4040원, 대형마트 구매비용은 25만8854원으로 전년 대비 각 1.0%, 2.5% 상승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다른기사보기